중소업체들 일손 모자라 어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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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소업체들이 일손이 모자라 제품을 제 때 수출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덕소에서 휴대용 가방용 부자재를 생산하는 ㈜협진은 제품이 달려 수출품 선적을 10여일 미루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미국 바이어의 통보를 받고 급히 비행기로 물건을 실어 날랐다.항공운송비는 물론 협진이 부담했다.

종업원 25명이 맞교대로 공장을 24시간 돌리고 있지만 배 편으로는 납기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이 달리기 때문이다.

이 회사 곽순옥 이사는 "생활정보지와 관공서 게시판에 구인 광고를 내도 전화가 거의 없다" 며 "사정을 아는 바이어라서 이번에는 항공 수송으로 해결했지만 계속 납품이 늦어지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곤충을 유인하는 특수램프 등을 만들어 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삼육전광(경기도 남양주시)은 최근 생산직 10명을 주부로 채우기로 했다.

봄.여름철에 잘 팔리는 제품의 특성상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미리 만들어야 하는데 주부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이직률도 낮기 때문이다.

배정현 생산부 차장은 "젊은이들은 근무 여건이 나쁘다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외국인 근로자도 몇달 안가 이탈한다" 며 "현장 인력 수급이 들쭉날쭉해 생산 계획을 짜기 힘들다" 고 호소했다.

스테인리스 볼트를 만드는 신진볼트는 지난달 미국에서 20만달러 규모의 주문을 받았는데 납기를 맞추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이 회사 정한성 사장은 "현재 인력으로는 주문량을 채우기가 어려워 인력시장에서 날품 일꾼을 고용해 제품을 나르는 일이라도 시킬 계획" 이라며 "특히 제품을 설계할 기능 인력이 부족해 신제품 개발은 엄두도 못낸다" 고 말했다.

鄭사장은 공업고 졸업 이상 병역특례자들은 복무기간이 끝나면 바로 벤처기업 등으로 옮겨가고, 군 복무를 마친 공고.전문대 출신 인력은 최근 2년 동안 한명도 채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정석모 동향분석팀장은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이라도 빨리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연수생 규모를 늘리지 못해 손쓸 방법이 없다" 며 "국내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는 정부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 고 주장했다.

기협중앙회가 최근 1천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응답업체의 75%가 인력난을 호소했으며 인력에 여유가 있다는 곳은 5.8%에 불과했다.

특히 근무조건이 열악한 3D 업종의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전체 평균 인력 부족률(6.9%)의 2.5배인 17.5%나 됐다.

인력부족률은 적정 생산인력 대비 부족 인력의 비율이다.

중소 제조업체는 인력난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낮은 임금▶열악한 근로환경 등을 꼽았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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