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탐험] 종로구 '서울 관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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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굵직한 직육면체 돌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육중한 체구, 세월에 시달리고 역사에 짓눌려 푸석푸석해진 화강암의 옛 영화….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 왼쪽 코앞에는 얼핏 보면 옛날 굴뚝같기도 하고 봉화대 처럼 보이는 이색적인 석조물이 서있다.

큰 건물에 눌려 다소 왜소한 몰골을 하고있는 이 건물은 조선시대 기후를 예측하고 천문(天文)을 살피던 곳. 명칭은 관상감 관천대(觀象監 觀天臺.사적 296호) - . 4m 높이로 조성된 지반위에 4.2m의 키로 솟아있다.

과학기술이 꽃피웠던 세종(1434년)시절에 건립됐으며 경주에 있는 첨성대와 똑같은 기능을 담당했다.

매일 관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2평 남짓한 옥상에 올라가 별자리와 하늘의 변화를 관측해 기록했다. 왕실에서는 이를 근거로 국가의 큰 행사를 잡고 길흉을 점치는데 활용했다.

당시 천문은 우주의 이치를 풀고 왕실의 안녕을 예측하는 중요한 실마리였기 때문에 관천대는 국가 1급 보안시설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관천대는 1980년 초 현대그룹 사옥이 지어질때 해체됐다가 건물 준공 이후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복원됐다. 현대측은 관천대 자리를 비켜 사옥을 짓기 위해 설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돌틈을 시멘트로 발랐고 옥상에도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시멘트로 난간을 만들었다. 돌에 시커멓게 묻어있는 때를 벗겨내기 위해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세척 작업이 벌어졌다.

종로구청 문화진흥과 민대홍 주임은 "관천대는 경주 첨성대, 개성의 고려첨성대와 더불어 고대 천문학사 발전 과정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 라'며 "매년 육안 검사를 통해 훼손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매연가스 등 공해로 돌들이 삭아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말했다.

<시리즈 끝>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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