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동 외국인 상가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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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시 동구 초량동 초량 외국인 상가의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즐겨 찾던 러시아 보따리 장수와 선원들의 발길이 올들어 크게 줄면서 매출이 감소,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특히 부산시가 지난 6월 상가 입구에 자매도시인 중국 '상해의 문' 을 만든 이후 러시아 보따리 장수와 선원들이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

12일 외국인상가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상가를 찾는 외국인들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줄었다.

따라서 이곳에서 신발.의류.잡화 등을 판매하는 1백50여 곳의 점포마다 매출이 평균 30% 정도 줄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지난해까지는 하루 평균 10만원 이상 팔았는데 올해는 5만원어치 팔기도 어렵다" 며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2~3년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 한숨 지었다.

바이어의 발길이 끊어져 폐업하는 무역상도 늘고 있다.

상인들은 "부산시가 자매도시인 중국 상하이(上海)시와 교류 활성화를 위해 6월 초 만두 전문점 홍성방 입구에 '상해의 문' 을 만든 이후 상가를 찾아온 러시아인들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들은 "러시아인 중에는 외국인 상가가 조성에 러시아인들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데도 푸대접만 한다" 며 "상해의 문 건립에 반감을 품고 발길을 돌리는 러시아인이 속출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상해의 문' 설치 이후 외국인 상가를 찾는 중국인이나 화교상가(18곳)의 매출이 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량 외국인 상가가 이처럼 위축되자 최근 무역협회 부산지부가 상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지부 김병유(金炳有)과장은 "초량 외국인 상가에는 199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인이 연간 10만 명씩 들러 2천억원어치를 구입해 갔으나 지난해에는 방문객이 6만 명으로 줄었다" 고 말했다.

金과장은 또 "외국인 상가를 이용하던 러시아인 상당수가 서울 동대문.남대문 시장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며 "이들의 발길을 다시 부산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러시아 선원이 주로 입항하는 감천항과 상가를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구매 안내소를 설치하는 등의 편의 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 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부산세관 통선장을 통해 부산을 방문한 러시아선원은 7천7백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천3백43명에 비해 7%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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