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판매량 추월한 전자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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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을 추월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에서 지난 성탄절 하루 동안 ‘킨들(Kindle)’ 등을 통해 팔린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많았다고 AFP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이 27일 전했다. 2007년 아마존닷컴이 선보인 킨들은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책을 문고판 크기의 화면에 띄워 볼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다. 종이책보다 부피는 작으면서 책 읽어주기나 책갈피 기능이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킨들이 아마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킨들 및 전자책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킨들은 올해 미국에서만 300만 개가 팔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애초 전망치 200만 개보다 50% 늘어난 양이다. 내년에는 판매량이 올해보다 두 배 늘어난 6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책이 뜨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포레스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선두주자 킨들의 시장점유율은 60%, 2위인 소니의 ‘E-리더’는 35%다. 여기에 대형서점 반스앤노블이 새 전자책 ‘누크(Nook)’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누크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 이미 매진돼 신제품은 내년 1월 초에나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반스앤노블은 현재 39만 권의 디지털 도서를 보유한 아마존에 맞서 70만 권의 e북을 갖출 예정이다.

정보기술(IT) 잡지 ‘와이어드’의 존 아벨 뉴욕지국장은 “전자책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내비게이션, 애플 아이폰 등은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이 예고한 디지털 혁명의 상징”이라며 “앞으로 디지털이 바꿔놓을 생활상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GPS 내비게이션이나 구글 어스(earth)와 같은 인터넷 지도가 등장한 뒤로 종이지도는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은 캠코더 시장의 판도도 바꿔놓았다. 갈수록 개선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테이프를 넣는 캠코더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뉴욕타임스(NYT)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는 “킨들과 아이폰이 등장한 건 고작 2년 전”이라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비하면 석기시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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