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마르첼로 알바레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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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클래식에 부는 라틴 열풍은 그칠줄을 모른다.

탱고의 거장 카를로스 가르델(1890~1935)의 주옥같은 노래를 담은 '마르첼로 알바레스가 부르는 가르델' (소니 클래시컬)을 들으면서 탱고가 사교춤곡에서 20세기의 위대한 클래식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탱고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정신' .삶의 질곡을 켜켜이 담아낸 노래다.

자작곡을 즐겨 부르곤 했던 가르델이 남긴 '보컬 탱고' 들은 정열과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종말을 담고 있는 한 편의 오페라 같다. 그의 탱고는 한마디로 극장 스타일이다. 또 이탈리아 칸초네와는 달리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수줍음을 간직하고 있다.

때로는 화려한 플라멩코춤을 추는 집시로 때로는 우울한 바이올린을 켜는 방랑악사로 모습을 바꿔 가는 반도네온(남미식 아코디언)의 애조띤 연주는 단조로 시작해 장조로 끝나는 변화무쌍한 탱고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피아노.바이올린 외에도 기타.베이스를 곁들여 피아졸라가 창안한 탱고 누에보의 악기 편성에 충실하고 있다.

클래식 분위기의 깔끔해진 편곡이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해온 신예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의 탁트인 발성과 잘 어울린다.

그의 벨칸토 창법은 '고독(Soledad)' '돌아오기 위해(Volver)' 등의 노래가 담고 있는 우수와 깊이를 담아내기에는 다소 힘겹다.

반면에 탱고에 담긴 젊은 날의 열정과 그에 대한 그리움을 돋보이게 해준다.

춤곡으로만 널리 알려진 탱고 '라 쿰파르시타' 도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옛 추억에 젖는 가사의 묘미를 살려서 노래 부른다.

가르델이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요절하기 1년전에 녹음해 둔 '나의 사랑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에 알바레스가 더빙해 함께 부른 2중창 '어느날 밤 돌아온 그녀' (Volvio una noche)도 빼놓을 수 없다.

02-3488-2846.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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