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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파업 전문가 제언] 시장의 룰을 따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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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은 고수하되, 한발짝 물러나야 한다. 결국은 시장이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다. " 금융파업을 둘러싼 노.정(勞.政)의 대치를 지켜보고 있는 전문가들의 해법이다.

◇ 구조조정 원칙은 고수해야〓전문가들은 정부정책에 최소한의 영(令)이 서고, 잠재적 집단행위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책이 불신받고 집단이기주의가 빈발하는 것은 집단행동에 밀려 정책이 자주 번복됐기 때문이다.

김종석(홍익대)교수는 "정부가 '이번에 또 집단이기주의에 밀리면 끝장' 이라는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 며 "파국을 두려워한 나머지 향후 더 큰 파국을 초래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고 권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에 흠집이 가면 안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 '구조조정은 금융의 새 패러다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아픔' 이라는 데 정부와 노조가 인식을 같이 해야"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하므로, "앞으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경우 노사협의체를 통해 성실한 대화로 풀어가겠다고 약속할 것" (서울대 오성환 교수)을 권한다.

◇ 시장의 규율로 구조조정하라〓조윤제(서강대)교수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정부 입김을 덜 받아온 은행" 이라고 지적한다.

자율경영이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통한 자율적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강하고 빠른 구조조정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합병 등 구조조정에 노조반발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박경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시장규율이 작동하려면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이 차별화돼야 한다" 는 것이 좌승희(한국경제연구원)원장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 제도들을 원래의 취지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합의다. 이들은 "예금 부분보장제와 보험료 차등화 등을 실시해야 한다" 며, "파업에 불참한 은행들로 예금이 몰리는 것은 시장이 작동한다는 증거" 라고 분석한다.

또 개별은행별로 부실 실태를 조속히 밝히고, 문제가 드러나면 규정대로 적기에 시정조치를 적용할 것을 권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러나 조윤제 교수는 "예금 부분보장제 실시는 올해 말까지 필수적인 구조조정이 완료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금융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내년 초 실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며 시행연기나 보장한도 상향조정을 권했다.

◇ 금융지주회사는 기본으로 돌아가라〓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강제적 금융기관 통합이나 공적자금 회수 방편으로 이를 '왜곡.악용' 하는 것은 경계한다.

김병주(서강대)교수는 "추가부실 발생이나 급격한 자금이동을 막기 위한 '우산' 으로서도 금융지주회사가 필요하다" 면서 "인원감축이 아니라 소유구조 개선과 겸업화.전문화.대형화 등을 유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고 권한다.

한편 김상조(한성대)교수는 "금융지주회사는 건전한 은행들이 자율적인 경영개선 방책으로 활용할 때 비로소 그 효용을 발휘한다" 며 "정부의 악용을 막기 위해 우량은행들만 설립할 수 있도록 인가 요건을 강화할 것" 을 조언한다.

◇ 관치금융 근절을 약속하라〓 "이 사태를 관치금융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는 것에도 이견이 없다.

김병주 교수도 "음성적인 것을 포함해 어떤 형태의 관치금융도 없어져야 할 것" 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金원장은 '관치금융 근절 선언' 을 주장한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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