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 "미 NMD 중단" 서한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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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에 거주하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50명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편지는 미 국방부가 결정한 NMD체제 3차 요격실험을 앞두고 발송됐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편지에 공동서명한 노벨상 수상자들은 미국인 또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이며 생존해 있는 전체 미국인 수상자 가운데 과반수가 서명했다.

이 편지는 원자탄 개발을 주도한 물리학자인 한스 베데에 의해 작성됐다. 참여학자들의 전공은 물리학(21명).화학(11명).생물학(14명).경제학(4명) 등이다.

수상자들은 편지에서 "6백억달러나 드는 이 계획은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쓸 뿐 아니라 국가의 안전보장에 오히려 해가 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국 정부가 NMD 구축의 이유로 북한 장거리 미사일에 의한 위협을 거론했던 점을 지적한 뒤 "북한과 남한은 최근 평화정착의 길로 접어들고 있으며, 설사 다른 위험국가가 생겨난다 해도 자국의 파멸을 감수하면서 미국을 공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 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와 함께 "미국이 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중국이 보다 많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펴 범세계적인 무기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들이 훌륭한 학자들이긴 하지만 NMD체제 실현 가능성과 국제적인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며 당초 계획대로 실험을 강행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표적 미사일 미니트맨을 태평양 중부의 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공중 요격하는 실험을 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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