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대에 발포 최소 4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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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27일 한 젊은이가 돌을 들고 경찰에 맞서고 있다. 시아파 행사 마지막 날인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테헤란 AFP=연합뉴스]

이란에서 반정부 데모가 격화되는 가운데 수도 테헤란에서 27일(현지시간)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 최소 4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AFP는 이란의 개혁성향 웹사이트 ‘자라스’의 보도를 인용, 이같이 전했다. 자라스는 “경찰의 발포로 노인 1명을 포함한 시위대 4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반면 경찰은 시위대에 대한 발포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자라스의 보도를 부인했다고 이란 파르스통신이 전했다.

반정부 데모가 격화된 이날은 이틀간 진행된 이슬람 시아파의 종교행사 ‘아슈라’의 마지막 날이었다. 26일에 이어 이날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시키면 시위대는 경찰 오토바이를 습격해 불태우는 등 정면 충돌했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가 집중된 테헤란에 경찰과 보안군 등을 투입해 시내 주요 거점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라스는 “시위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20일 숨을 거둔 개혁파 수장이자 종교지도자인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추모 분위기와 대중 종교 행사인 아슈라가 맞물려 점차 격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편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6일 올 6월 이란 대통령 부정선거 규탄 시위 현장에서 숨진 여대생 네다 아그하 솔탄(사망 당시 26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더 타임스는 이 날짜 신문 1면에 솔탄의 얼굴가면을 든 시위대의 사진과 함께 올해의 인물 선정 소식을 전했다. 신문은 솔탄이 시위 현장에서 총을 맞고 숨지는 장면이 인터넷으로 전해지며 그녀가 ‘압제에 맞선 세계적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솔탄은 6월 20일 테헤란 엥겔랍광장 시위 현장에 있다가 가슴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엔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연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부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에 반대했다. 솔탄의 총격 당시 영상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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