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리 2차 내각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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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도쿄〓오영환 특파원] 모리 요시로(森喜朗)자민당 총재가 4일 총리에 재선출됐다.

모리는 중.참의원 총리 지명선거에서 자민.공명.보수당의 여당 다수 지지로 86대 총리에 선출됐으며 곧바로 제2차 내각을 발족시켰다.

내각 인사의 경우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전 총리)대장상,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이 유임됐다.

관방장관에는 모리의 측근인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기용됐으며, 민간인으로는 사카이야 외에 통산성 출신의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산토리 상무가 환경청장관에 임명됐다.

공명당의 경우 쓰즈키 구니히로(續訓弘)총무청장관이 유임되고, 보수당은 오기 지카게(扇千景)당수가 건설상에 올랐다. 보수당 당수의 건설상 기용은 나카오 에이이치(中尾榮一)전 건설상의 독직 사건으로 자민당의 금권정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모리 2차 내각은 여러모로 과도내각의 성격이 강하다. 내년 1월의 중앙부처가 개편되는 만큼 대규모 개각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정계에 '5개월 내각' 이란 얘기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리의 휘청거리는 리더십도 내각에 무게가 실리지 않게 한다. 10%대로 내려앉은 내각 지지율은 회복 조짐이 없다.

최근 요미우리(讀賣)신문 조사에선 국민의 73%가 총리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달 말의 오키나와(沖繩) 주요 8개국(G8)정상회담이 끝나고도 지지율이 저공비행하면 총리 교체설이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른다. 상처투성이의 모리가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까지 집권하기는 더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다.

내각의 면면을 보더라도 모리의 독자적인 색채가 엷다. 요직인 외상과 대장상.경제기획청장관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내각 때 그대로다.

정책도 사실상 오부치 계승 내각이다. 경제 각료 유임을 통해 오부치가 내건 경기회복 노선을 이어갈 전망이다.

내각 인선은 철저히 파벌 안배로 이뤄졌다. 당내 최대 파벌인 옛 오부치의 입김이 강했지만 파벌간 나눠먹기식 구태가 재연됐다.

정치평론가인 미야케 히사유키(三宅久之)는 "이번 조각은 감투 씌우기 성격이 강해 한마디로 신선미가 떨어진다" 고 혹평했다.

모리 2기 내각의 최대 외교 과제는 G8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다. 북.일 수교 기반을 다지고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문제도 큰 현안이다.

국내적으로는 경제를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연말에 6백45조엔에 달하는 재정 적자 해소도 머리를 짓누르는 골칫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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