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이웃 1442곳에 ‘가족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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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잘 지내고 있어요….”

25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인숙(53·여·경기도 성남시)씨의 목소리는 밝았다. 김씨는 지난해 외아들(당시 26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흉기에 찔려 숨진 아들을 잊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씨 부부를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 것은 법무부 국제법무과 직원들이었다. <본지 4월 10일자 35면>

김씨는 얼마 전 직원들로부터 카디건 등 겨울 옷을 성탄절 선물로 받았다. 직원들의 도움으로 내년 1월 남편 김삼랑(70)씨의 다리 수술비도 마련할 수 있었다. 김씨를 ‘언니’라고 부르며 자주 통화한다는 국제법무과 강윤정(41·여) 계장은 “서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에너지가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가정과 국제법무과의 결연은 법무부가 올 초부터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벌여온 ‘사랑의 손잡기’ 캠페인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 캠페인은 각 기관이나 단체의 한 부서가 수형자, 범죄 피해자, 결혼이민자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과 손을 잡고 새로운 가족이 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수형자 가정의 송이(14·가명)도 법무부 보안과 직원들의 지원을 받았다. <본지 4월 4일자 12면> 교도소에 수감됐던 아버지가 출소해 함께 살고 있는 송이는 요즘도 보안과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도움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년간 ‘사랑의 손잡기’ 캠페인을 통해 본부와 소속 기관 등이 1442개 가정과 결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돈을 모아 생필품과 생활비 등 10억여원을 지원했다. 법무부 최재경 기획조정실장은 “각 부서 업무와 관련된 가정과 결연을 맺고 가정 방문과 외식, 기념일 챙기기 등 감성적인 소통을 한 것이 수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보호관찰소는 뺑소니 사고를 당한 보호관찰대상자의 가정을 도왔다. 법무부 출입국기획과는 세 쌍둥이를 낳았으나 남편을 일찍 잃은 중국인 결혼이민자 가정과 인연을 맺게 됐다. 법무부는 내년부터는 월급에서 1000원 미만의 금액을 떼어 기금을 조성하는 ‘천사(千捨)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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