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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대우차 타고 GM 추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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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포드가 대우차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대우차는 물론 국내 자동차 업계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

포드는 대우차를 인수하면 ▶고용.브랜드.연구개발(R&D)기능 등을 유지하고▶월드카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등 대우차 생산시설을 아시아.동유럽의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포드, 대우차 어떻게 운영할까〓데이비드 스나이더 포드 인수팀장은 "선진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이른 시일 안에 대우차를 정상화하겠다" 고 강조했다.

포드는 대우차 브랜드 및 고용 유지를 인수제안서에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1993년 일본 마쓰다를 인수한 뒤에도 공장 축소나 인원 감축은 자제한 채 생산성을 높여 5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하는 등 인수한 업체의 회사 틀을 유지하는 전통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드 관계자는 "대우차의 판매망을 활용해 포드 제품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고, 포드의 판매망을 통해 대우차를 해외시장에 내다파는 윈-윈(相生) 전략을 쓸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차의 신차 개발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스나이더 팀장은 "포드.마쓰다.대우차가 공동으로 월드카 플랫폼(차대)을 만드는 문제를 검토 중인데 대우를 핵심센터로 활용할 것" 이라며 "대우차의 한국.영국 개발센터는 포드의 중요한 자원" 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가 부족한 엔진.트랜스미션 등 핵심기술과 연료전지.전기자동차 등 환경친화적 신기술의 이전도 기대된다.

포드측은 "소형차뿐 아니라 승용차 전 차종과 상용차 부문의 핵심 기술을 이전하겠다" 고 약속했다.

GM과는 달리 아시아.동유럽에 마땅한 거점이 없는 포드는 대우차 국내 공장(연산능력 1백26만대)과 폴란드 FSO공장(27만대)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나이더 팀장은 "태국.인도.필리핀.중국.말레이시아 등이 대우차를 집중 수출할 지역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대우차 관계자는 "실사과정에서 포드는 대우차를 인수해 GM을 따라잡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며 포드의 활발한 기술이전과 자금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우차의 기술개발력이 선진업체보다 떨어지고 일부 공장의 시설이 낡아 인수가격 외에도 상당한 추가 비용이 들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강성으로 알려진 대우차 노조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도 관건이다.

◇내수시장의 변화 예상〓포드가 대우차를 인수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가 일 것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간 경쟁을 벌여온 내수 시장은 포드.르노의 참여에 따라 글로벌 경쟁의 장으로 바뀌며, '1강(현대-기아).2약(대우.삼성)' 체제의 시장 구도도 '3강'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75% 정도인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르노-삼성차.포드-대우차의 가동이 본격화하면 2~3년 안에 50~60%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맞서 현대자동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보다 공고히 해 시장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는 ▶다임러.미쓰비시와의 월드카 개발 프로젝트▶다임러와의 상용차 합작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입지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차나 대우차 모두 짧은 시간 안에 회사를 회생시키기 어려울 것" '이라며 "포드가 대우차를 인수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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