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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 살신성인이 부하들 생명 살려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최전방 수색 대대장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 부하 20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살려냈다.

지난 27일 오전 10시47분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비무장지대(DMZ)안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이종명(李鍾明.41.육사39기).설동섭(薛東燮.39.육사40기) 두 중령이 수색대대장직 인수인계차 중대장 박영훈(朴英燻.27.육사52기)대위 등 수색대원 19명과 함께 수색정찰 중 대인(對人)지뢰 폭발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먼저 지뢰를 밟고 쓰러진 薛중령을 李중령이 구하기 위해 들어가다 또다른 지뢰가 폭발해 일어났다.

이 사고로 李.薛 두 중령은 양쪽 다리를 잃었고 朴대위는 허벅지 관통상을 입었다. 이들은 국군수도병원에 긴급 후송, 치료 중이다.

이들이 수색을 나선 지 2시간 뒤쯤, 판문점 동남쪽 5㎞ 지점에서 갑자기 '꽝' 하는 폭음과 함께 앞서 가던 薛중령이 그대로 쓰러졌다.

M-3 대인지뢰를 밟은 것이었다. 이때 李중령은 "너희들은 따라오지 말라" 며 부하들을 제치고 혼자 사고지점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또 한차례의 폭음이 울렸다. 李중령도 지뢰를 밟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李중령은 정보장교와 지뢰 탐지병에게 "위험하니 들어오지 말라" 며 두 다리를 잃고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의 소총과 철모를 끌어안고 10여m를 포복으로 기어나왔다.

사고지점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으로 만약 수색대원들이 대규모로 투입될 경우 북한군을 필요 이상 자극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李중령은 최소인원만 데리고 들어갔었다.

李중령은 지난 4월 임기가 끝나 육군대학 교관으로 발령이 나있었으나 전투지휘 검열을 마치고 가겠다며 연장근무를 자원한 상태였다.

육군은 이들 3명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李중령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시 달성고를 졸업했으며 부인(김금남.41)과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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