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본궤도 오른 대우차 인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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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우차 입찰이 결국 세계 자동차 메이저 빅3 업체간 각축전으로 압축됐다.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는 생산대수 기준으로 세계 1~3위 업체들이다.

◇ 빅3의 자존심을 건 입찰전〓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막판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26일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분참여하겠다" 고 밝혀 최대 19.9%까지 참여할 계획을 비쳤다.

GM은 당초 독자적으로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피아트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전격 발표했다. GM은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차 인수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자본제휴 관계인 피아트(세계 7위)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고 밝혔다.

GM과 피아트는 지난 3월 현금 교류 없이 상대 회사의 지분을 각각 20%.5%(24억달러 상당)씩 확보해 동업관계를 구축했다.

GM의 루디 슐레이스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우차를 인수하면 새로 회사를 설립해 GM이 50% 이상, 채권단이 30%, 피아트는 최대 20%의 지분을 나눠 가질 계획" 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피아트가 소형차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어 유럽.북미의 소형차는 피아트 모델로, 아시아 지역은 대우차 모델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포드는 경쟁사의 컨소시엄 구성에 표면적으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데이비스 스나이더 포드측 인수팀장은 이날 제안서 제출에 앞서 기자를 만나 "우리측이 제시하는 인수조건이 경쟁사보다 좋을 것이라 확신한다" 고 말했다.

업계는 포드가 ▶최근 대규모 순익으로 자금이 충분하며▶대우차 노조가 상대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어 고무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최대 관건은 인수가격〓대우차 입찰평가위원회는 ▶중장기 운영전략▶고용보장▶협력업체 유지▶연구개발 기능 활성화 방안 등을 두루 살피겠지만, 결국 인수가격을 높게 적은 두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대우차의 자산가치를 11조8천여억원으로 보고 있지만, 입찰 참가업체들이 실사한 뒤 자산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대우차와 배타적 인수협상을 벌였던 GM은 우리 정부에 대우차 인수가격으로 6조~7조원을 제시했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는 5조~6조원선에서 입찰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GM은 최근 2년 넘게 대우차를 실사해온 만큼 자산가치에 대해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수가격을 높게 적어내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GM은 20년 이상 대우차와 합작관계를 유지해와 대우차의 기술과 작업시스템이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GM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와는 좀더 진전된 조건을 제시했다" 고 밝혔다. 소형차 기지로 만들겠다는 종전 주장과 달리 인수제안서에는 소형차뿐 아니라 승용차 전 차종과 소형 상용차의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한국에 아시아 지역의 기술개발센터와 디자인센터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포드는 아시아 지역에 마땅한 거점을 만들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포드는 기술력과 자금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재규어 등 다른 나라에서 사들인 브랜드를 유지해온 점을 들어 대우차를 인수해도 브랜드와 고용을 그대로 지킬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특히 GM이 대우차를 소형차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에 맞서 포드는 중형차의 연구개발과 마케팅 기능을 갖춘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현대차와 제휴한 다임러는 국내 실정을 잘 아는 현대가 함께 인수에 나선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영업에 밝은 현대와 자금.기술력을 갖춘 다임러가 함께 대우차를 인수하는 것이 대우차를 가장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 대우차 반응〓대우차는 이른 시일 안에 매각을 마무리해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 구조조정협의회 관계자는 "대우차는 처리가 늦어질수록 회사가치가 떨어질 것" 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우차를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생산직 근로자와 사무직 근로자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해외 매각을 반대하며 공기업화를 주장하고 있다. 사무직 근로자들은 해외 매각을 차선책으로 인정하면서 현대차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에로의 매각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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