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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그 치고 올라온 김영후, K-리그 신인왕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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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트로피를 든 김영후(26·강원FC)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잠시 숨을 고르며 하늘을 쳐다봤다. 4년을 기다린 상이었다. 김영후가 22일 오후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9 쏘나타 K-리그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했다. 스물여섯 늦깎이 수상이다.

김영후는 수십, 수백 번의 절망감을 이겨냈다. 그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본 강원FC의 최순호 감독도 김영후의 수상 순간 쉼 없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평정을 되찾은 김영후는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이 나이에 신인왕을 받아 쑥스럽고 창피하지만 저를 신인으로 여겨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제야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4년 전 그는 K-리그 드래프트를 신청했지만 14개 구단 어느 곳에서도 그를 뽑지 않았다. 같은 해 두 번의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했고 한국축구대상 대학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등 드래프트 1순위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을 받았던 터라 김영후가 느낀 절망의 깊이는 더욱 컸다.

마음에 칼을 품고 내셔널리그 울산미포조선에 입단한 김영후는 울분을 터뜨리듯 ‘괴물’의 면모를 뽐냈다. 입단 첫해인 2006시즌 20경기에 나서 19골·4도움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왼쪽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12경기에서 7골·2도움을 기록했다. 2008년에도 30골을 몰아치고 10도움을 올렸지만, K-리그는 그를 보지 않았다. 당시 미포조선을 이끌다가 강원FC의 창단 지휘봉을 잡은 최순호 감독이 김영후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그의 신인왕은 몇 년이 더 미뤄졌을지 모를 일이다.

K-리그 첫해 13골·8도움을 올리면서 득점 3위, 도움 7위에 오른 김영후는 “언젠가는 K-리그에 가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힘든 시기의 고난과 역경 때문에 이 순간이 더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부활한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은 이날 4관왕에 오르면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떼냈다. 감독상을 받은 최강희 감독은 “포항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감독상 경합 시기) 떠나준 파리아스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봉동 이장 출세했다”고 외치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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