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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애니메이션 ‘오디션’ 9년 걸린 개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흥행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간 기다려준 분들께 마음의 빚을 갚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21일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오디션’의 민경조 감독은 감격해 했다. 그도 그럴 게 2000년 11월 제작 발표회 이후 무려 9년 만의 개봉이다. 그간 “엎어졌다더라” “개봉을 못할 것 같다” 등 소문도 많았다.

‘오디션’은 1997~2001년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돼 인기를 모았던 천계영의 순정만화다. 국철·래용·미끼·달봉 4명의 음악천재 소년이 ‘재활용 밴드’를 결성해 오디션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총 10권으로 완결돼 120만권이 넘게 팔렸다. 2000년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됐고, 주제가를 부를 가수를 모집하는 오디션도 열려 화제가 됐다.

그러다 복병을 만났다. 2002~2003년 개봉한 국산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원더풀 데이즈’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투자업체들이 하나 둘 등을 돌렸고, 결국 제작중단 사태를 맞았다. 민 감독은 수년간 다른 프로젝트로 제작비를 모은 후, 2006년 다시 ‘오디션’을 꺼내 들었다. 애정을 갖고 시작한 작품인 만큼 “내 손으로 끝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집념의 승리인 셈이다.

애니메이션 ‘오디션’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3D 애니메이션이 판치는 요즘, 전통 2D 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져 다소 고풍스런 느낌마저 준다. 10권짜리 이야기를 한 시간 반으로 줄이다 보니, 원작의 아기자기한 유머가 줄어들고 톤도 진지해졌다. 하지만 음악은 세련됐고 완성도도 높다. 허규·마현권 등 예전 오디션에서 뽑은 뮤지션과 박혜경·크래쉬·닥터코어 911, 일본의 인기 록밴드 ‘라르크 앙 시엘’ 등 실력파 음악인이 대거 참여했다. 전체 관람가. 내년 2월 7일까지. 부산 아트씨어터(31일~1월 13일)에서도 상영된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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