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의 선택‘Top Pick’] 대한항공, 경기 회복+원화 강세 ‘양날개’로 고공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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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2년간 국내외 항공사는 혹독한 외부 환경에 시달렸다. 지난해엔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는 고유가로 연료비 부담에 짓눌렸다. 유가는 올 들어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번엔 세계 경기 침체로 여객과 화물 수요가 부진했다.

잔뜩 찌푸렸던 항공사의 경영 환경은 내년부터 활짝 갤 전망이다. 전조는 올 4분기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다.

먼저 국내 항공사 매출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화물 수송이 지난 9월부터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선진국의 정보기술(IT) 제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올해 3분기까지 항공화물 물동량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었다. 하지만 4분기부터는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0년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선진국 경기가 올 하반기부터 회복되면서 IT 제품 교체 수요가 늘어났다. IT 제품 판매에 영향을 주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이 내년에 열리면서 특수도 기대된다. 발광다이오드(LED)형 LCD TV 보급이 늘고 있는 것도 호재다. 값비싼 LED TV는 항공기로 운반되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이미 올 9월과 11월 두 차례 화물 운임을 인상했다. 항공화물이 늘면서 자연히 운임이 따라 오른 것이다.

항공사 매출의 55% 정도를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은 이달 들어 살아나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권을 내국인(출국자)은 물론 외국인(입국자와 환승객)에게도 판다. 이때 판매단가는 출국자-입국자-환승객 순으로 높다. 이 중 내국인 출국자 수는 원화가치에 민감하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내국인 출국자 수가 14개월간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이번 금융위기엔 18개월 연속 감소세다. 원화가치 하락에 신종 플루의 충격이 더해진 탓이다.


올 11월 신종 플루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내국인 출국자 수는 12월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내년엔 출국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내국인 출국자가 늘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운임도 함께 올라가게 마련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항공권 가격이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을 항공운송업 최선호주(톱픽)로 제시한다. 올 3분기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송은 전년 대비 4.4% 증가했지만 운임은 13.7% 떨어졌다. 2010년에는 운임이 비싼 내국인 출국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제선 여객의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3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은 전년 대비 3.6% 감소했고 화물 운임은 19% 하락했다. 3분기 화물 운임은 전 분기보다 올랐는데 이는 9월부터 운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연료비가 급증하면서 9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올해는 수요 부진에도 연료비가 대폭 낮아지면서 영업이익이 1639억원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내년엔 여객과 화물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6381억원으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항공운송업 환경 개선이 기대되면서 대한항공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대한항공은 내년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증할 전망이다. 따라서 주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수 대비 초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헌석 NH투자증권 기업분석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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