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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2동 아파트 '쓰레기 공터가 꽃밭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월드컵주경기장을 마주하고 있는 마포구 성산2동 도시개발아파트 주민 10여명은 매일 아침 꽃밭을 가꾼다.

아파트단지 한켠의 2백여평 남짓한 꽃밭은 쓰레기가 나뒹굴던 공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철쭉 등이 활짝 핀 쉼터로 탈바꿈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던 땅을 주민들이 꽃밭으로 일군 것은 1996년. 10~18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가운데 한천수(韓天洙.55)씨가 "우리들이 주변 환경에 너무 무관심하다" 며 이웃을 설득하면서 부터였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고 땅을 일궈 철쭉.국화.대추나무.감나무 등을 심었다.

음침했던 공터에는 나비와 벌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내친김에 시멘트 건물만 들어서서 삭막해지는 마을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다. 주민들의 뜻이 알려지자 구청과 동사무소에서도 묘목을 대주기 시작했다.

이에 주민들은 출근 전과 주말을 이용해 성산자동차검사소 부근과 성산2동 우체국 앞 공터 등에 소나무.잦나무.봉선화.백일홍.해바라기.개나리 등을 심었다.

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변에 심은 무궁화나무 1천여 그루는 월드컵 때 외국인들에게 국화(國花)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우숙(金雨淑.52)씨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정비에 나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은 쓰레기 줍기도 한다. 상암경기장 앞 불광천 변에 널려있는 오물을 걷어내고 마을 곳곳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는다. 깨진 보도블록도 메꾼다.

98년엔 서울시로부터 '푸른 마을상' 을 받았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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