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북과 충분한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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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어디까지 논의했을까.

16일 金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로 설명한 내용을 보면 이 사안에 대한 논의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金대통령은 "북의 핵.미사일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金위원장과 충분히 논의했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또 "남북 비핵공동선언과 제네바합의가 준수돼야 한다" 면서 "남북협력을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미사일협상을 성공시키라고 강력히 金위원장에게 요구했다" 는 얘기도 덧붙였다.

상당히 깊은 수준의 의견교환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金대통령은 15일 귀국보고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화는 유익했으며 그 중에는 아주 좋은 전망을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고 밝혀 金위원장으로부터 일정 부분 긍정적인 얘기를 들었음을 암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이 핵.미사일에 대해 얘기를 할 때 金위원장이 '개발을 포기하겠다' 고 딱 부러지게 약속하지는 않았다" 면서 "그러나 '국제사회가 우려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북.미 미사일협상에 적극 나서겠다' 는 수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대남.대미.대일협상과 체제 생존전략의 지렛대로 삼아왔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金위원장에게 많은 설명을 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을 수행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은 "金대통령은 소련붕괴 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그대로 남아 유럽지역의 안정과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미군주둔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 전했다.

이에 대해 金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대목은 16일 방미한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이 미국에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것이다.

유석렬(柳錫烈)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주한미군이 흡수통일을 막아주고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을 어느정도 인정한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金위원장의 국가보안법 철폐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 이라며 예봉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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