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 '청춘예찬' 작·연출 박근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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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춘예찬' 은 방황하는 어떤 청소년과 그 아버지,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아버지는 특별한 일거리도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세월 죽이며' 살아가는 한마디로 나이 든 백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역시 문제아로 그 또래 아이들과 밤늦도록 거리를 배회하고 다닌다. 공통적인 점은 아버지와 아들이 다같이 고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다.

가정은 이미 테두리만 남아 있고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싶지만 우선은 자기 자신들이 더 아프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고개 돌려 더 이상 정을 나누기엔 심신이 지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가 길고 갈 곳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이 연극은 처음부터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쓴 작품이 아니다. 다만 연기에 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 연기자들의 훈련을 위해 작품의 뼈대를 세우고 젊은 연기자들의 학창시절 경험담을 토대로 점차 살을 붙여서 만들었다.

그런 까닭에 젊은 배우들은 그들의 경력에 비해 활달하고 생생한 연기를 무난히 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도 해본다.

'청춘예찬' 은 어찌 보면 대단히 짧고 단순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아련한 여운과 나름대로의 감동이 밴 것은 모두 배우들의 노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히 청년역의 박해일과 상대역 고수희는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반항적인 고등학생 역과 관록있는 배우들도 하기 힘든 간질병 걸린 다방 아가씨역으로, 관객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박해일은 올초 백상예술상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고, 고수희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 에 캐스팅되는 등 경사도 생겼다.

결국 연기란 나이와 경륜 못지 않은 진실한 그 무엇이 담겨 있으면 관객에게 다가서는 것 같다.

이 작품은 특별한 무대나 장식 없이 관객이 앉아 있는 객석과 비슷하게 생긴 무대가 유일한 장치다. 그리고 공연의 시작과 끝이 똑같이 배우가 관객을 바라보며 연극을 기다린다.

관객은 연극의 눈이며 연극 역시 사회의 거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무대를 그렇게 꾸며 봤다.

관객이 없는 연극은 존재 자체에 의문표를 붙여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관객들과 상관없는 공허한 연극이라면 이미 연극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극과 관객 그리고 사회는 잘 맞물린 수레바퀴가 돼야 비록 험한 길이라도 세월을 이기고 달려갈 수 있는 것이다.

관객들에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은 비록 추하고 남루한 현실 속에 살고 있더라도, 그 지우고 싶은 현재가 먼 훗날 우리가 성숙하게 살아가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결코 오지 않는다 해도 희망만은 버리지 말자는 얘기다.

그것은 연극을 하는 우리 젊은 벗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당부이기도 하다. 지금은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거운 등짐을 지고 불빛도 없는 먼길을 가는 듯하지만 조만간 우리가 어디 서 있는지는 아침이 되면 다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숨을 곳은 없다.

※7월 30일까지 대학로 강강술래 소극장에서.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오후 4시30분 추가(월 쉼). 02-764-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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