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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1]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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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로골퍼 양용은
골프 황제 따돌리고 아시아 남자 첫 메이저 우승

앞에서부터 안치홍, 김보경, 양용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2009년 두 방의 강펀치를 맞았다. 불륜이 발각돼 십자포화를 받은 사건과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에게 당한 역전패였다.

양용은은 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골프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이 하나다. 한국 프로골프 역사에 남을 이정표이자 ‘아시아계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깨뜨린 쾌거였다. 전 세계 골프계는 양용은의 우승이 박세리의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보다 10배 이상 큰 사건으로 본다.

또 하나는 우즈에게 거둔 첫 역전 우승이라는 점이다.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역전패를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와 함께 경기한 선수들은 “우즈와 함께 경기하는 것은 마취 없이 수술을 받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라고 했 다. 그러나 양용은은 두려움 없이 경기해 호랑이를 사냥했다.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양용은은 하늘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우즈는 고개를 숙였다.

성호준 기자


여자 육상 김하나
뛰었다 하면 한국신 … 23년 기록 갈증 날려

김하나

지난 10월 대전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육상에서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4관왕을 차지한 김하나(24·안동시청)가 주인공이었다. 금메달 개수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23년 묵은 한국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김하나는 여자 육상 200m에서 23초69를 기록,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박미선이 세운 한국기록(23초80)을 23년 만에 0.11초 앞당겼다. 400m 계주에서도 45초33으로 금메달을 차지, 23년 전 수립된 한국기록(45초59)을 경신했다. 또 100m에서 11초59로 15년 전인 94년 이영숙이 세운 한국기록(11초49)에 0.1초 차이로 다가섰다. 두 달 앞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단 한 명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며 초상집 분위기였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어 더욱 그랬다. 김하나의 스타 탄생은 육상계의 한숨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멀리뛰기가 주종목이었던 김하나는 2005년 아킬레스건을 다치면서 단거리로 주종목을 바꿨다. 2007년 안동시청에 입단해 오성택(50)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오 감독은 “김하나의 최대 장점은 어떤 훈련도 다 소화해내는 성실함”이라고 말했다. 김하나는 1m70㎝, 56㎏의 신체에 파워와 유연성이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오 감독은 “근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 내년 1월 제주도 전지훈련을 충실히 마치고 나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하나는 전국체전에서 한국기록을 세운 후 “100m에서는 11초3~11초4 정도, 200m에서는 23초3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안치홍
‘별 중의 별’로 뜬 겁없는 고졸 루키

프로야구 KIA의 우승 전주곡은 19세 신인이 연주했다. 안치홍은 10월 24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0-3으로 뒤진 5회 적시타를 때렸고, 7회에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한국시리즈 최연소 홈런 기록이다.

크지 않은 체격(1m78㎝·80㎏)으로 잠실구장 백스크린을 직격하자 선배들은 감탄했다. 안치홍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올해 서울고를 졸업한 안치홍은 2차 1순위 신인 지명을 받아 KIA에 입단했다. 재능 있는 고졸 타자도 1군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이 필요하다. 샌님 같은 얼굴의 안치홍은 지난해 가을 훈련부터 독하게 선배들과 경쟁했고,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안치홍은 올 시즌 123경기에 나서 타율 0.235, 홈런 14개, 도루 8개를 기록했다. 14홈런은 2001년 김태균(20홈런) 이후 고졸 타자 최다였다. 1995년 삼성 신인 이승엽은 13홈런을 기록했다.

안치홍은 7월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터뜨려 MVP에 오르기도 했다. 올스타전 최연소 홈런이자 MVP 기록이었다. 또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6안타(0.286)를 때리며 큰 무대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안치홍은 “올해 1군에서 뛴 것으로 만족한다. 내년에는 20홈런, 20도루를 목표로 하겠다. 호타준족의 추신수(클리블랜드) 선배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축구 김보경
U-20 월드컵 8강 돌풍 지휘한 꾀돌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0일 국가대표 예비 명단 35명을 발표했다. 이근호(주빌로)·이정수(교토) 등 일본 J-리그와 이동국(전북)·이운재(수원) 등 K-리그의 내로라하는 스타들 틈바구니에서 대학생 1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보경(20·홍익대)이다.

김보경은 10월 이집트에서 막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홍명보팀을 8강까지 이끈 주역이다. 미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팀의 두 번째 골을 작렬하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골 세리머니로 바이올린을 켜고 지휘자 흉내를 냈던 바로 그 유쾌한 청년이다. 선수들에 대한 평가에 신중한 홍 감독마저도 “김보경은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한 자질이 있다”고 A대표 물망에 오른 제자를 응원하고 있다.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김종필 홍익대 감독은 “윤정환처럼 꾀가 많은 테크니션”이라고 설명했다. 왼발을 주로 사용하지만 오른발도 쓰는 양발잡이다. 슈팅이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워 세트 피스 상황에서 왼발로 쏘는 직접 프리킥이 위협적이다. 김보경은 J-리그 몇 개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 내년부터는 프로 무대를 누빌 전망이다. 경험을 쌓으면 동갑내기 기성용처럼 가파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해준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게 일한 인물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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