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낮은 단계 연방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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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공동선언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이 갖고 있는 공통성을 살려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고 밝혔다.

남측의 남북연합안은 한반도에 두개의 다른 체제가 있다는 현실인정을 바탕으로 상호 공존공영하면서 민족사회의 동질성과 통합을 촉진해가는 과도적 통일체제인 '남북연합' 을 거쳐 궁극적으로 1민족1국가의 통일국가를 완성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귀국 후 대국민 보고에서 '남북연합' 에 대해 "현재의 '2체제 2정부' 를 그대로 두고 수뇌회의.각료(장관)회의.국회회의를 구성, 합의기관으로 만들어 차츰차츰 모든 문제를 풀자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표현이어서 의미가 불분명하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일성(金日成)주석이 1991년 신년사에서 밝힌 '느슨한 연방제' 가 현재 북측이 말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여기서 '낮은 단계' 는 통일정부를 완성체로 하는 연방공화국 창립 이전에 양측이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인정하고 동등하게 참가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연방공화국의 중앙정부는 남북 평화공존의 상징적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정부, 즉 기존의 남북한 정부가 군사.외교권을 보유한다는 의미다.

金대통령은 '느슨한 연방제' 를 "중앙정부가 (존재하되)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갖지 않고 지방정부가 그대로 유지하는 안" 이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또 "이 중앙정부는 사실상 형식적"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80년에 나온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에서 민족연합군 조직, 남북 두 지역정부의 대외관계 조절 등을 주장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사실상 두 개의 지역정부가 연방의 테두리 안에서 존속함을 뜻한다.

양측이 앞으로 어떤 형태의 통일국가상을 합의해낼지, 그것이 언제 실현될지는 불확실한 채로 남아 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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