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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이렇게 쉬운 길인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 손을 마주잡는 순간 전국은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TV를 통해 두 정상이 나란히 걸어가며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 함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등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특히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대통령 전용기의 평양 순안공항 도착 장면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각 가정과 사무실.길거리에선 "평양이다" 라는 탄성이 메아리쳤다.

주부 崔순옥(59)씨는 "金대통령과 金국방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직접 보니 이제야 정상회담이 실감난다" 며 눈시울을 적셨다.

북한 국호를 뜻하는 'DPRK.COM'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는 조선인터넷사 柳세형(39)사장은 "10년 동안 대북사업을 기다려온 기업가로서 감개무량하다" 며 흥분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직원과 객장 투자자들이 주가를 알리는 전광판에서 눈길을 떼고 TV를 통해 역사적 만남을 지켜봤다.

H증권 직원 柳창승(30)씨는 "남북 정상의 만남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며 "증권가에서도 이번 회담이 핫뉴스여서인지 모두 관심이 높다" 고 말했다.

임진각에선 관광객.실향민 1백여명이 한 방송사가 설치한 대형 스크린 앞에서 생생한 평양 시내의 모습을 보며 감격스러워 했다.

원산이 고향이라는 南성구(67.강원도 고성군)씨는 "두 정상이 정답게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고 흥분했다.

북한과 냇물 하나를 사이에 둔 비무장지대 안의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마을회관 등에 삼삼오오 모여 기쁨을 함께 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민회에 모인 실향민들은 TV에서 내내 눈을 떼지 못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평북 자성군 중강진이 고향인 평북도민회 이성만(李成萬.65)총무부장은 "두 정상이 차를 함께 타고 속깊은 얘기를 나눴을 테니 이번엔 꼭 실향민의 상처를 덜어줄 것이라 믿는다" 고 말했다.

평양 순안공항 근처가 고향이라는 유명철(劉明哲.67)씨는 방북 일행이 승용차로 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길가의 풍경이 등장하자 거리 곳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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