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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뭄 위험수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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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이 해를 이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지난해는 물이 넘쳐 탈이더니, 올해는 물이 말라 고통이다. 2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이라고 한다. 산둥(山東)지역은 이미 물배급이 시작됐고 수도인 베이징(北京)도 곧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실태〓가뭄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중국의 통계당국에 따르면 전체 경작지 9천5백만㏊의 23%에 해당하는 2천1백73만㏊가 가뭄피해를 봤다. 특히 8백93만㏊의 지역은 재해지역으로 분류됐다. 4천2백만명과 가축 2천2백만두도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직접 피해만 1백44억7천만위안(약 1조9천억원)정도다. 제조업 등 기타 경제에 미친 피해까지 감안할 경우 피해액은 8백52억3천만위안으로 늘어난다.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허베이(河北).산시(山西).산시(陝西).허난(河南).안후이(安徽).저장(浙江).후베이(湖北).구이저우(貴州).쓰촨(四川)성 등. 가장 피해가 심한 허베이의 경우 피해경작지가 1백만㏊에 이른다.

1997년부터 4년간 가뭄이 계속됐다.

올 2월부터 4월까지 평균 강우량은 예년의 40% 수준에도 못미치는 21.8㎜. 3년 연속 한발에 시달린 남서부 지역의 경우 농민의 40% 이상이 심각한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저수지와 강조차 말라가고 있다. 장쑤(江蘇)성 후자오(湖沼)댐의 저수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쯔(揚子)강도 후베이성 우한(武漢)시 부근에서는 수위가 5.33m 이하로 뚝 떨어졌다.

현재 중국의 1인당 저수량은 3백입방m로 전세계 평균치의 3.3%다.

◇ 시위사태〓갑작스런 단수에 분노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주민 2천여명이 지난 11일 선양시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시내 교통이 두시간 동안 마비됐다.

시민들은 지팡이와 몽둥이 등을 휘두르며 정부의 대책없는 물공급 중단조치에 항의했고 선양시 정부는 공안을 동원해 이들을 강제 해산했다.

◇ 원인〓무분별한 삼림파괴와 환경공해산업이 주범이다.

중국 정부는 고질적인 환경오염이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고, 그 직접적인 결과로 홍수와 가뭄이 교차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림파괴는 사막화현상을 가속화해 서부 사막이나 내몽고지역의 모래바람이 중국 동부는 물론 한국.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날아다니는 사막현상' 의 원인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모래는 수자원을 매몰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8백23억위안을 지난해 투자해 전체 국유기업의 88%인 20만2천개기업의 대기.수질오염 방지장치를 마련했으나 주요 오염원인 1만8천개의 기업은 여전히 오염방지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 대책〓단기 대책으론 인공강우와 사람의 손을 동원한 물대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한 편. 지난달 북부지역을 순찰한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산간지역 개발금지▶가축방목 금지▶재해지역에 대한 비상식량 공급 등의 대책을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올해부터 석유정제.시멘트.석탄.전력.철강 등 5개 업종을 '환경대책 중점 업종' 으로 선정해 오염배출을 집중 관리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대기.수질 양면에서 오염을 양산해 온 7천개 국유기업에 대해선 확실하게 개선하지 못할 경우 공장폐쇄.이전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1만배럴에 못미치는 정유공장, 하루 전력생산 3만㎾에 미달하는 화력발전소 등 효율이 낮은 에너지 업체는 폐쇄하거나 모기업에 합병하기로 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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