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군 출신 실향민들 민통선 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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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연말이면 민통선 내 고향마을에 들어가 살게 됐어요-. '

6.25 한국전쟁이 막 내린지 47년. 경기도 장단군 출신 실향민 1천4백여명은 요즘 설렘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들은 전쟁 끝에 고향 땅이 민통선 북쪽으로 포함되는 바람에 인근 파주시로 넘어와 살고 있다.

이들 중 60가구가 올 연말이면 민통선 내 고향마을인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일대 3만4백여평 실향민 정착촌에 들어가 살게 된 것이다. 11년간의 추진운동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인근 파주시 금촌읍에 살며 군부대 통제에 따라 고향 땅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살다 이번에 정착촌에 입주하게 된 손문규(孫文圭.72)할아버지는 "고향마을에서 살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고 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려 나머지 장단군민들도 빠른 시일 내에 민통선 내 고향에 들어가 살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장단 수복추진위원회 이은섭(李殷燮.72)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상회담 후 평화가 완전 정착돼 북한 내에 있는 장단군 5개 면 지역 출신 고향사람들도 이 정착촌에 함께 살 수 있게 되기 바란다" 고 말했다.

이 정착촌에는 60채의 주택과 회관.공동창고.농특산물 직판장 등이 들어선다.

파주시는 1997년부터 이 사업을 계획해 왔으나 77억4천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돼 왔다.

이후 지난해 국.도비 50억원이 지원돼 부지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교류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정착촌 추진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91년 7월 추진위를 만들고 청와대.국방부.통일부 등에 건의를 거듭했다.

이러던 중 96년 국방부로부터 '3개까지는 정착촌 조성을 허용해 주겠다' 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올 연말 한개 마을만 입주하게 된 것이다.

장단군 실향민들은 앞으로 정부측에 대해 정착촌 조기 추가건설을 본격 건의해 나갈 방침이다. 이들은 당초 이스라엘의 전략촌인 '모샤브' 형태의 통제부락 9개를 민통선 내 파주시 진동.장단.군내면 등 3개 지역에 건설, 1천40가구.5천여명의 군민 전원을 이주시킬 계획이었다.

경기도 장단군 10개면 중 군내.진동.진서.장단면은 파주시에, 장남면은 연천군에 편입돼 있다.

장도.소남 등 나머지 5개면은 북한에 속해 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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