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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PC’ 새로운 비즈니스를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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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소프트웨어 황제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의 제왕 구글, 여기에 PC 시대를 개척한 애플이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터는 어디일까? 바로 손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왜 아이폰이고 스마트폰인가? #돈 되는 블루오션 유망산업 … 유무선인터넷 서비스 본격 개막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윈도 모바일에 대항해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내놓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각각 고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된 이들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초일류 IT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돈이 되는 유망산업이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전문 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3분기 동안 애플은 아이폰 사업으로만 16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노키아의 영업 이익은 11억 달러였다. 그런데 노키아가 3분기 동안 생산한 휴대전화는 1억850만 대였고, 아이폰은 750만 대에 불과하다. 아이폰 하나로 생산규모가 15배나 되는 노키아의 전체 이익을 따돌렸다는 것은 스마트폰이 얼마나 돈이 되는 비즈니스인지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 시장은 막 열린 블루오션이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지난해 1억7000만 대가 판매됐지만 2012년이 되면 7억 대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폰은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폰은 여러 기능을 통합한 컨버전스 기기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컴퓨터의 등장 이후 새로운 산업들이 창조됐고 또 그렇지 못한 사업들이 퇴출되었듯이 아이폰 역시 그럴 것이다.

이미 아이폰을 잘 활용해 백만장자가 된 부자도 생겨났지만 아이폰에 의해 위협받는 회사들도 있다. 특히 MP3나 PMP 같은 휴대용 기기 업체와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초비상이다. 또한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화질이 좋아질수록 디지털 카메라 회사는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벗어나다

필자가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발매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은 갈라파고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했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는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준 섬 이름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고립된 시장’을 뜻하는 말이다. 한국은 글로벌 IT기업의 테스트 베드 시장으로 각광받을 만큼 세계를 선도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갈라파고스 콤플렉스를 우려할 정도로 한국의 상황은 고립되어 갔다. 이 점에서 아이폰의 한국 발매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한국 IT·통신 시장의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파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보자.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는 동안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였다.

하지만 아이폰의 발매 이후 스마트폰 시장도 덩달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무선 인터넷의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다. 여기에 한국 인터넷 산업의 최대 난제인 웹 표준 문제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가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모든 인터넷이 웹 표준보다는 MS의 프로그램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인터넷 뱅킹을 할 때도 MS의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사용해야 했다. 전 세계가 리눅스, 맥 OS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MS의 정책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국가가 돼버렸다. 그런데 아이폰이 발매되면 인터넷 뱅킹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아이폰을 이용해 인터넷 뱅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이폰의 운영체제는 맥 OS 기반이다. 그러므로 맥 OS에서도 조만간 인터넷 뱅킹이 가능한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독립 개발자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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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나라도 세계시장처럼 윈도, 리눅스, 맥 OS 같은 운영체제가 공존하는 나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리눅스와 맥 OS의 내수시장이 커진다면 한국은 윈도 개발자뿐만 아니라 리눅스와 맥 OS의 개발자들도 더 많이 육성될 수 있으며 이들 개발자가 해외에서도 활약하는 밑거름이 될 게 분명하다.

아이폰의 성공은 콘텐트를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앱스토어의 역할이 크다. 앱스토어 초기에 가장 인기 있는 콘텐트는 단연 게임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게임의 인기에 놀란 애플은 아이폰의 게임기능을 집중 부각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휴대용 게임기로 포지셔닝했다”는 소식을 언론이 전하자 네티즌들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에 사정이 달라졌다. 게임은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DFC 인텔리전스가 2014년 아이폰이 소니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 사업을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사실 애플과 닌텐도의 가장 큰 차이는 독립개발자의 존재다. 닌텐도 DS(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내기 위해서는 닌텐도의 서드파티(협력업체)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닌텐도 DS 게임을 판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는 누구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앱스토어에서 혼자 게임을 개발한 독립개발자들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지천에 깔려있다. 한국 개발자들의 앱스토어 성공 스토리도 이어지고 있다.

앱스토어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아이폰 생태계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그리고 앱스토어는 거대 기업보다는 오히려 독립 개발자들에게 유리한 곳이다. 왜냐하면 앱스토어는 장시간 많은 인력을 투입한 대작보다도 오히려 아이디어로 승부를 겨루는 작은 게임들이 수익성 면에서 훨씬 유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요즘 IT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새로운 이슈는 전자책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실적 발표에서 매출 54억5000만 달러에 순이익은 1억99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8%, 69% 증가한 실적이다. 실적의 비결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었다.

전자책 시장 규모는 올해 25억 달러에서 내년에는 8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사업이다. 이렇게 전자책 사업이 확대되는 데는 아이폰의 활약도 컸다.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횟수는 아직 게임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업로드 횟수에서는 전자책이 압도적이다. 구체적으로는 게임 13%, 전자책 20% 수준이다.

킨들을 만드는 아마존에 애플은 라이벌 업체다. 하지만 아마존은 아이폰에서 킨들용으로 제작된 전자책들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제공할 정도다. 전자책 시장은 MP3와 게임에 이어 새로운 디지털 콘텐트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며 아이폰 역시 이 분야에서 맹활약할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일찍 알아본 곳은 일본의 만화 출판사들이다. 올 7월부터 일본 만화출판사들이 앱스토어에 자사의 만화 콘텐트를 올려놓았는데 첫 달은 30여 개에 불과했으나 10월에 올린 만화책은 무려 170여 개다. 미국의 모바일 시장 조사 업체인 플러리(FLURRY)는 “아이폰 만화시장은 고질라가 도쿄를 습격하는 속도보다도 더 빨리 확대될 것”이라고 평했다.

아이폰이 사그라지는 일본 만화업체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 시장은 신문 산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은 신문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폰은 신문 읽는 습관을 바꾸게 될 것이다. 식탁에 앉아 아이폰으로 신문을 검색할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은 사용하기 쉽고 ‘터치의 손맛’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신문에 친숙한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포털로 인해 영향력이 줄고 있는 종이신문 사업이 아이폰에 의해 타격만 입게 될까? 그렇지는 않다. 종이로 찍어내는 신문 자체는 줄어들겠지만 아이폰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아이폰은 키보드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를 옮겨 다니는 데 불편함이 많다. 특히 모바일에 최적화되지 않은 사이트는 글을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그래서 필자 같은 경우는 현재 일어나는 각종 뉴스를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주 고민하게 된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충족시켜주는 회사가 있다면 기꺼이 그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싶을 정도다. 인터넷 포털들은 언론사들의 기사를 한곳에 모아 놓음으로써 커다란 수익을 창출했다.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에 새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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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폰은 고객들이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변화된 뉴스 소비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언론사에 아이폰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언론에는 혹독한 시련을 안겨다 줄 것이다.

미국에서는 트위터가 난리인데 한국은 조용하다. 네이버에서 트위터에 대항하는 서비스로 내놓은 미투데이 역시 인기 연예인을 내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하다.

지난 8월에 300만 명을 넘긴 순방문자는 11월 173만 명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트위터나 미투데이 같은 단문 기반의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는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의 무선인터넷 상황을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트위터나 미투데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무선인터넷에 최적화된 서비스다. 트위터가 140자라는 제한된 단문만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문자 메시지의 개념으로 시작된 서비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트위터와 미투데이가 인기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도로가 없는데 자동차가 잘 팔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이폰의 등장은 이렇게 한국에서 죽어가는 트위터와 같은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폰은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처럼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매우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등장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 각광받는 것이 ‘증강 현실’이다. 증강 현실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정보를 컴퓨터의 가상세계와 결합해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아이폰은 증강 현실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아이폰의 무선인터넷, GPS, 나침반, 카메라 기능을 합치면 증강 현실을 위한 도구로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가 개발한 증강 현실 브라우저인 세카이 카메라(Sekai camera)의 경우 박물관에 들어간 후 전시된 작품을 아이폰 카메라로 비추게 되면 아이폰은 즉시 작품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백화점에 가서 아이폰 카메라로 물건을 비추면 아이폰은 물건의 가격정보를 바로 알려준다.

이뿐 아니라 음식점에 들어가서 아이폰 카메라로 테이블을 비추면 음식정보를 확인하고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증강 현실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아직 실험 단계다. 하지만 증강 현실의 가능성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만약 증강 현실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음식점의 경우 블로그의 글소문에 비할 수 없는 영향을 입을 것이다.

사용자들이 식당에 들어오기 전에 아이폰을 꺼내 들고 간판을 비추자 식당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면 아무도 그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증강 현실 서비스는 관광지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만약에 아이폰 카메라로 남이섬의 나무들을 비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아이폰을 통해 남이섬과 관련된 정보들이 열거될 것이다. 부동산 거래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에 대한 증강 현실이 구현된 아이폰 카메라로 건물을 비추면 건물의 가격과 주변 시세 등 각종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부동산중개업소가 아니라 아이폰 하나만 가지고도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증강 현실은 인터넷 검색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검색기술이 결합된 서비스다. 증강 현실 서비스는 검색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동시에 구글 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수많은 젊은이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김정남 IT전문작가(‘유쾌한 멀티라이터’ 운영자)·multiwri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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