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붙는 금융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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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챙기기 선언을 계기로 정부의 발걸음이 부쩍 바빠질 전망이다.

특히 경제팀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 회복의 관건으로 꼽히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당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7일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금융구조조정 현황을 점검하는데 이어 조만간 은행 합병 원칙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융구조조정의 제도적 근거도 이달 중에 대부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개혁 방향〓정부는 이달말까지 은행들로 하여금 거래 기업의 미래상환 능력까지 감안한 잠재적 부실을 모두 노출시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은행에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요구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그동안 무수한 소문과 억측만 무성했던 은행 짝짓기가 이르면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순께 가시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처럼 금융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채권시장의 기능 상실▶종금업계의 자금 경색▶은행권의 여신 기피 등이 어우러져 자금시장의 경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기업 자금난을 풀기 위해선 조속한 금융구조조정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은행 짝짓기를 조기에 매듭짓고 투신 부실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방침이다.

특히 그간 간간이 언급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은행 합병의 다섯가지 기본원칙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5원칙은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짝짓기는 하지 않는다▶우량+비우량, 비우량+비우량 은행간 합병은 없다▶우량은행간 합병에 업무영역 확대 등 인센티브를 준다▶한빛.조흥.외환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지주회사로 묶는다▶합병은 시너지 효과부터 우선 따진다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은행합병 및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골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는 조흥.한빛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금융지주회사 아래 하나로 묶는 방안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 경우 바로 합병하기보다 일본의 경우처럼 2~3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바로 합병하면 직원 정리 등 구조조정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전산망 구축 등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이 합병할 경우 정부는 후순위채 매입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역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평화은행은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특화된 은행으로 남겨둘 예정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깨끗한 은행으로 거듭나면 신한.하나.한미 등 나머지 후발 우량은행도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짝짓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후발은행 두 곳이 우선 전산부문부터 협력체제를 구축한 뒤 전략적 제휴 영역을 점차 확대, 궁극적으로 합병도 검토할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 재벌개혁 가속화〓재벌개혁의 골격은 두갈래다.

우선 다음달부터 공개되는 결합재무제표를 통해 재벌들의 실태를 공개한 후 시장의 압력에 의해 재벌 스스로가 부실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결합재무제표를 통해 감춰둔 부실이 드러난 기업들은 만만치 않은 시장의 압력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최근 현대그룹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부각된 지배구조 개선문제. 정부는 그동안 법무부 주관으로 마련해온 기업지배구조개선 시안이 이달 중에 공개되는 대로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화한 후 상법개정 등 후속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들의 관심과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작업은 속도도 빨라지고 강도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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