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값 '거품 빼기' 나선 학부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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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제는 소비자인 학부모가 나설 때입니다. "

학부모들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녀들의 교복값 거품을 빼는데 성공했다.

포항 항도중 학교운영위원회 산하 1학년 교복소위원회 김정희(金正姬.41.주부)회장 등 학부모 10여명이 그 주인공. 金회장은 학부모.학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평소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던 교복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전업주부인 학부모 10여명이 金씨의 의견에 동조했고 4월 초 열린 1학년 학부모 회의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교복을 공동구매하자" 고 제안하자 학부모 99%가 찬성했다.

이들은 즉각 교복소위를 구성, 학교측에 입장을 전달하고 대구.서울.대전을 돌며 교복구매방법.시장가격 등을 조사했다.

한달 조사 끝에 이들은 교복이 품질에 비해 비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입찰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키로 하고 지난 달 입찰을 실시했다.

입찰은 최저가 입찰이 아닌 예정가의 80%(하복)와 85%(동복)이상을 써내는 제한입찰로 실시됐고 영세업자를 위해 업체간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내 교복 마춤코너와 메이커 업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金씨에겐 "딸을 가만두지 않겠다" 는 협박까지 날아들었다.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찰 끝에 동복은 P교복사(남학생 9만4천2백60원, 여학생 8만8천10원), 하복은 C상사(남학생 3만2천원, 여학생 3만1천원)로 납품업체를 선정했다.

최고 품질의 원단을 사용하는 조건이었다. 2만3천원하던 체육복은 1만5천원에 공동구매키로 B사와 합의했다.

지난해 겨울 이들이 마춤코너.유명메이커를 통해 하복 6만6천~7만원, 동복 15만~21만원에 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낙찰가는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공동구매에 응한 1학년 3백22명은 수천만원이나 절감했다.

이들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S중 등 다른 학교도 이 방법으로 교복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항도중 학부모들은 다시 앨범과 급식에도 입찰을 도입하기 위해 다시 자료 모으기에 나섰다.

포항〓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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