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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그후 지금은] 아사히TV '김정운 사진' 오보, 주인공 배석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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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보기] 아사히TV '김정운 사진' 오보, 배석범씨 최근모습

지난 6월 북한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후계자 설이 확산되면서 셋째 아들 '김정운(최근 김정은으로 수정)'이 후계자로 거론됐다. 세계의 이목은 '김정운'에게 집중됐고 그에 대한 자료나 근황을 추적하는 언론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아사히TV는 지난 6월 10일 낮 12시께 '김정운의 최근 사진'이라며 한 장의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 속의 인물은 선글라스를 쓴 건장한 체구의 남성으로 김정일과 흡사해 많은 사람이 사실로 믿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김정운이 아니었다. 아사히TV는 다음날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한국 당국 관계자로부터 사진을 입수했고, 북한 관계자로부터도 사진 속 인물이 정운 씨일 확률이 90%라는 말을 듣고 사진을 보도했다”며 경위도 설명했다.

아사히TV가 보도한 사진 속 인물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배석범(39)씨였다. 소동이 있고 나서 반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자는 수소문 끝에 지난 11일 일산의 모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배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고, 몸도 망가졌어요. 그 일이 있은 후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입원입니다."

배 씨는 3인용 병실에서 폐에 찬 물을 호스로 빼내가며 힘겹게 병상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90Kg가 넘는 건장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9월에 처음으로 입원했어요. 그 사건 때문에 몸무게가 20Kg나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사람들이 내가 무슨 거액의 합의금을 타낸 줄 알고 하루가 멀다 하고 돈을 빌리러 왔어요. 위로를 해주기는커녕 '로또를 맞았다'며 비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거에요. 병원에서 진찰받아보니 스트레스로 횡경막이 위축돼 폐에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찼대요. 그래서 한달 간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죠."

배 씨는 퇴원 후에도 병이 호전되지 않아 지난 달 10일 재입원을 해야 했다. 폐에 또 물이 찬 것이다.

그는 아사히TV를 상대로 올해 안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TBS, 후지TV 등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달라는 부탁을 해왔을 땐 정말 너무 한다 싶었어요. 어쨌거나 다 같은 일본 방송 아닙니까? 어떻게든 나를 이용해서 돈벌이나 하려는 태도에 더 화가 났어요."

배 씨의 소송 대리를 맡은 이은우 변호사는 "초상권 침해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소장 작성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조인스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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