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 화제작] '쓰리 투 탱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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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TV시트콤 '프렌즈' 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영화다. 모니카와 사랑에 빠진 능청이 챈들러를 연기하는 매튜 페리가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동성애란 소재를 코미디 재료로 깔끔하게 다듬었다. 그러면서도 동성애 문제의 면면을 살짝살짝 건드리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오스카는 건축 설계업자. 9백만달러에 달하는 박물관 재건축 사업에 입찰하면서 의뢰업체 사장인 찰스와 가까워진다.

우여곡절 끝에 오스카를 게이로 오해한 찰스는 중요한 부탁을 한다. 아내 몰래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 에이미를 감시하는 일이다. 사업 때문에 이를 수락한 오스카는 에이미를 보자 첫눈에 반하고 만다.

입찰권 때문에 자신이 게이가 아니란 사실을 밝히지 못한 오스카는 좌충우돌 끝에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급기야 '올해의 게이' 에 선정된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대중 연설을 통한 사랑 고백이란 설정은 식상하지만 '올해의 게이' 시상식장에서 "나는 게이가 아니다!" 라고 외치는 '역(逆)커밍 아웃' 은 역설적인 재미가 있다.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행위가 '커밍 아웃' 이라면, 또 다른 입장에서 진실을 털어 놓는 오스카도 같은 수위의 용기를 보여주는 셈이다.

'All' s fair in the war of love(사랑이란 전쟁터에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정당하다)' 가 미국 개봉 당시 사용된 이 영화의 카피다. 삼각관계를 탱고에 비유했을 뿐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다.

'스크림' 으로 유명한 니브 캠벨이 여주인공 에이미역을 맡았다.

원제 Three to Tango. 감독 데이먼 사토스테파노. 1999년작. 워너 출시. 18세 이용가.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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