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회담] 정부의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북한 김정일 총비서의 중국 방문 사실을 확인할 때보다 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이 金총비서에게 얘기했다는 '조.중 친선을 위한 5대 제안' 등 구체적인 회담 내용을 알아내 외교부에 보고하기 위해서다.

외교부도 다양한 외교 채널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 이를 토대로 남북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회담 전략을 마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 관련 분석 보고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정상회담은 평양 정상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파악하는 것이 최대의 외교 현안" 이라고 외교부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외교부는 金-江회담이 평양 정상회담 및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판단은 일단 중국이 우리측에 설명한 북.중 정상회담 내용과 그동안의 중국 외교정책이 근거가 됐다.

金-江회담 때 金총비서는 과거와 달리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의 직접 대화로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을 소외시키는 전략)' 의 입장을 수정한 것 같다고 해석한다.

오히려 金총비서가 "金대통령의 평양 방문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면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중국측으로부터 설명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긍정적인 변화" 라는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건설적 역할' 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江주석은 金총비서에게 '남북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과 미.일 등 서방권과의 관계개선을 권유했을 것으로 우리 외교부는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특히 "중국은 그동안 4자회담 등을 통해 수차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요구했다" 면서 "江주석도 이런 차원의 얘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 추측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金-江회담이 북.중 공조 복원을 통해 미국을 겨냥하는 '반패권동맹(反覇權同盟)' 차원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시스템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석렬(柳錫烈)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남북한 대화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북.중 정상회담이 평양 정상회담에 긍정적" 이라면서 "그러나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공조를 겨냥한 북.중 공조체제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