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포커스] 과외는 교육기회의 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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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조사결과에서 교육열은 최상위권이고 교사 1인당 학생수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우리사회의 과외열풍 원인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과외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기회의 차별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유처럼 배우고 가르치는 것 자체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므로 이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공교육이 부실한 상태에서 사교육이 비대해지면 기본적 사회복지인 교육의 사회통합기능이 무너지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기회의 평등이 허구가 되고 만다.

가뜩이나 평등의식이 높고 교육열이 세계적인 우리사회에서 교육기회의 차별은 곧바로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사교육이 비대해지는 것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려면 과외를 제한하는 것 못지 않게 과외의 장점을 과감하게 공교육에 받아들여야 한다.

과외의 경쟁력은 같은 수준의 소수학생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수업을 하며 다양한 수요에 부응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공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기본교양을 갖추도록 한다는 기본목적이 있고, 대도시의 경우 중.고교 평준화가 돼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제한이 있다.

이러한 공교육의 특성과 사교육의 장점을 함께 살리려면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선 모든 학생들에게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할 기본교육은 국어.수학.영어 등 각 과목에서 아주 실용화된 내용으로 만들어 보충수업을 해서라도 반드시 모두가 소화하도록 한다.

그다음 각각의 진로에 따라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영어 1.2.3단계, 수학 1.2.3단계 하는 식으로 수준별로 집중화된 수업을 선택적으로 실시한다.

바로 직업을 갖고자 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지역단위로 컴퓨터.회계.기계관련.요리.영업 등 각 분야의 직업교육 과정을 만들어서 위탁교육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시간에 동아리활동.봉사활동 등 충실한 교양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그에 맞게 지도한다.

이러한 분야별.수준별 선택수업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교실을 확충하고 교사를 증원하며 보충수업 수당이 실질적으로 지급돼야 하므로 상당한 정도의 예산이 투여돼야 하는데 공교육을 충실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그 정도의 예산은 투여할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한편 교육내용과 전문교사 추천 등에서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학운위 등을 통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실속있는 교육을 만들어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졸과 고졸의 차별을 줄여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시설과 수업방식이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서, 캠퍼스생활과 낭만을 경험하고 논문식 공부를 한 대졸생과 그렇지 못한 고졸생간에 경험상의 큰 차이가 있게 된다는 점이 필요 이상으로 대학진학을 고집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설차이와 높은 교육열, 사회의 인력배분 등을 고려한다면 고등학교 2년, 대학교 3년으로 줄이거나 중.고등학교를 통합해 4년, 대학교 3년으로 줄여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되 그 기간과 의미를 줄이고, 더 깊은 공부나 전문직종을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 과정을 1년씩 줄이면 과도기적으로 졸업생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고, 그만큼 시설이나 교사여건도 좋아질 것이다.

이제 대안 없는 푸념은 별 의미가 없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치밀하게 우리의 교육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할 때다.

교육의 실패는 미래의 실패이고 가난한 자들에게 교육기회의 차별은 절망의 세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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