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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귀네스 팰트로, 우마 서먼…이 남자 티셔츠에 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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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패션 디자이너 이진(44)씨는 자신의 브랜드 ‘클루’의 컨셉트를 이렇게 소개했다. 명치 아랫부분에 섬세하게 주름을 잡은 비대칭 모양의 티셔츠, 실크를 덧대 꿰매거나 주머니 모양의 장식을 매단 티셔츠, 티셔츠를 변형한 미니 드레스 등 차별화한 디자인 덕에 클루는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티셔츠’로 불리고 있다. 실제 맞춤 티셔츠는 아니지만 의상 제작 기법이 오트 쿠튀르처럼 세심해 붙은 별칭이다.

‘클루’의 내년 봄여름 의상과 함께 포즈를 취한 패션 디자이너 이진씨. [제일모직 제공]

색다른 디자인으로 고급 맞춤복처럼 세심하게

‘클루’는 이씨와 그의 옛 직장동료인 이승배(35)씨가 200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호주·일본·이탈리아의 유명 백화점과 편집 숍(특정 컨셉트의 다양한 브랜드 의류를 한 데 모아 파는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주력 아이템인 티셔츠의 가격은 한 장에 150~200달러(약 17만~23만원). LA타임스, 패션잡지 엘르 미국판 등 미국 언론들에 소개된 클루의 팬은 키이라 나이틀리, 리스 위더스푼, 내털리 포트먼, 제시카 심슨 등이다. 귀네스 팰트로, 우마 서먼 같은 이들은 자신만을 위한 디자인을 클루에 요청하기도 한다.

브랜드를 만든 지 5년 만에 거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이진·이승배씨는 최근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제5회 수상자가 됐다. SFDF는 제일모직이 해외에서 활약이 두드러진 한국인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연간 10만 달러(약 1억150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국내 최대의 패션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이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에 뽑혀 10만 달러 후원 받아

클루의 ‘오트 쿠튀르 티셔츠’는 거의 대부분 ‘가먼트 다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미리 염색된 천으로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디자인에 맞게 옷을 염색하는 방법이다. “면 티셔츠에 실크로 주름 장식을 하고 검은 색으로 염색하면, 실크 부분은 짙고 면 부분은 약간 옅은 검정이 됩니다. 같은 색상이라도 소재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죠.” 화려하고 복잡한 프린트를 써서 비싼 값에 팔리는 여느 브랜드 티셔츠와 클루가 차별되는 이유는 이처럼 ‘접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진씨는 “다 똑같아 보이는 티셔츠도 소재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낸다”고 설명했다. ‘툭 떨어지는 실루엣’을 원한다면 면 소재에 캐시미어나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것을 고르라는 얘기다. 신축성 있는 면 소재가 자연스럽게 몸을 감싸주는 동시에 캐시미어나 폴리에스테르 소재는 아래로 툭 떨어지는 실루엣을 만들어줘 볼록한 옆구리처럼 자신 없는 부위는 살짝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면에 캐시미어나 폴리에스테르가 섞이면 면 100% 소재보다 짜임이 부드럽고 아래로 축 처지는 성질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클루의 대표 아이템인 무채색 티셔츠와 미니 드레스 등을 겹쳐 입는 방법도 소개했다. “정답은 안에 입은 옷부터 겉옷, 외투로 갈수록 색이 짙어지게 입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정반대 순서로 입으면 확실히 ‘음, 색다른데’ 하는, 멋쟁이 소리를 들을 수 있죠.”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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