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시장 "토요일 오후도 혼잡통행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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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토요일 오후가 될수록 더 막히는데 남산 터널 혼잡통행료는 왜 오후 3시까지만 받고 있는가."

29일 오전 서울시청 월요 간부회의실. 차동득(車東得)교통관리실장의 업무보고가 끝나자 고건(高建)시장이 대뜸 던진 질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40여명 간부들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高시장은 "지난 토요일 오후 남산 1호터널에서 반시간 가량 차안에 갇혀 꼼짝 못했다" 며 '교통지옥' 체험을 소개했다.

高시장은 지난 27일 오후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서울청소년 문화교류센터 개관식을 마치고 승용차에 올랐다. 부친 고형곤(高亨坤.95)옹에게 문안을 드리기 위해 경기도 평촌 본가를 향하던 길이었다.

高시장이 탄 승용차가 남산 1호터널에 진입한 것은 오후 5시 무렵. 마침 비가 내려 소통상황이 나쁘기도 했지만 혼잡통행료 징수시간(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이 끝난 뒤기도 해서 터널 초입부터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불과 1㎞가 조금 넘는 남산 1호 터널을 통과하는데 30여분을 허비한 高시장은 몹시 초조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7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한소년예술단 방한 공연 관람에 늦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서울시 교통정책의 최고 책임자가 주말 도로 위에서 몇시간동안 조바심을 낼 수 밖에 없었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15일 서울시가 발표한 대로 토요일 오후는 평일 오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 체증이 심하다.

따라서 남산 1, 3호터널 혼잡통행료 부담 시간을 현재의 오후 3시 까지에서 오후 9시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은 극심한 체증 완화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1996년 11월 혼잡통행료제 도입 당시부터 토요일 오후는 3시까지만 받는다는 규정(평일은 오후 9시까지)때문에 이같은 문제를 알고서도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엄두를 내지 못해 왔다.

高시장의 이날 지적에 따라 결국 시는 토요일 남산1, 3호 터널 통행료 징수 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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