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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 '리니지' 관련 범죄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리니지 게임 중독자 金모(17)군은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의 한 PC방 구석에 놓인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았다.

다른 리니지 이용자의 아이디(ID)와 패스워드를 알아내 게임속 무기를 자신의 계정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金군은 지난 열흘동안 20여점(시가 2백여만원)의 가상 무기를 훔치다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2월 2일 洪모(28)씨 등 2명은 서울 광진구의 한 PC방에 찾아가 다른 리니지 게이머 姜모(27)씨를 폭행하고 게임 무기를 탈취했다.

洪씨 등은 姜씨와 게임을 하다 패해 가상무기를 모두 잃게 되자 보복을 하기 위해 사례금을 내걸고 수소문까지 해가며 姜씨를 찾아낸 것이다. 경찰은 洪씨 등을 붙잡아 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가상 공간의 인터넷 게임인 리니지를 둘러싸고 현실 세계에서 추악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올들어 경찰에 적발된 리니지 관련 범죄만도 50여건. 게임 중독자들이 리니지에 사용되는 가상 무기들을 폭력.해킹.사기 등을 통해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3만명이 접속할 수 있는 리니지는 왕자.기사.요정.마법사 등 네종류의 캐릭터 중 하나를 분신으로 선택, 각종 무기를 획득해 자신을 강력하게 만들어 가상사회를 정복하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한다. 1998년 9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갈수록 인기가 폭발, 현 회원이 2백4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무기획득 과정에서 생겨난다. 무기가 희소하다 보니 변신반지.투명망토.십양검 등 강력한 무기는 현실 세계에서 10만~30만원에 거래된다. 무기의 밀거래시장 규모만도 30억원에 달한다.

이 게임이 사회 문제를 일으키면서 한달여 전부터 리니지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는 "리니지에 중독돼 폐인이 됐다" "제작사가 일부러 가상 무기를 희소화해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 는 등의 글이 올랐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 25일 게임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재심의를 했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문화가 문제" 라는 이유로 다시 적합 판정을 내렸다.

적합 판정은 나왔지만 이 게임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유해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우상균.이경희 기자

◇ 리니지 게임〓만화잡지 '윙크' 에 연재했던 만화 '리니지(lineage.혈통)' 를 바탕으로 국내업체인 ㈜NC소프트가 개발해 98년 9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

12개 서버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버당 최대 3천명이 동시에 접속해 참가자들이 서로 동맹을 맺거나 전쟁을 하면서 가상사회인 '리니즈월드' 를 정복하는 내용. 이 게임을 제공하는 PC통신이나 인터넷에 접속, 계정을 받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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