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어 인터넷 주소'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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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영어가 판치는 인터넷에 모국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 인터넷주소(도메인) 기구인 'MINC(Multilingual Internet Naming Conference)' 가 다음달 12일 서울에서 출범한다.

MINC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어.중국어.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영어로만 검색해야 하는 인터넷 검색체계를 자국어로 입력해도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다.

인터넷정보센터의 김병규 박사는 "차세대 도메인 체계는 문화적 주체성과 수십억 달러의 시장이 걸린 예민한 문제" 라며 "한.중.일 3국이 영어권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말자는데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제표준은 계층적 방식과 주제어(키워드)방식 등 두 방향으로 알려졌다.

◇ 계층적 방식〓기존의 영어 검색과 비슷하지만 주소 하나하나를 한글 등 자국어로 표기하는 체제다.

예를 들어 '' 을 '청와대. 정부. 한국' 으로 쳐도 접속이 된다. 다만 어떤 언어로도 검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표준체계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미국에 본사를 둔 i-DNS가 최근 계층적 방식의 국제표준을 개발하면서 국내 벤처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도메인 체계를 민간에 맡길 수 없다는 반발도 있다.

국내에서는 연말까지 표준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인터넷정보센터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한글 도메인 서비스에 들어간 '한글로닷컴' 이 눈에 띈다.

이 회사의 신명식 팀장은 "현재 5만개 이상의 한글 도메인이 등록됐고 6월말까지 10만개의 한글 도메인을 무료 공급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 키워드 방식〓특별한 표준 없이 원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바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체계. 인터넷 주소에 'www.**.com' 을 칠 필요없이 '**' 만 입력하면 된다.

예컨대 도메인에 '방문 중앙일보 경제면' 이라고 입력하면 홈페이지를 비롯한 중간 단계를 건너뛰어 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한다. 이 방식은 많은 이용자들이 선호하고, 아이디어도 속출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미국의 리얼네임스. 문제는 독점의 폐해다. 예를 들어 'ford' 라고 치면 포드자동차 홈페이지를 연결하는 '권한' 은 민간기업인 리얼네임스가 갖게돼 포드는 이 회사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를 간파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리얼네임스의 지분을 이미 상당 부분 인수하고 자사의 웹브라우저에 기본으로 장착해 보급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AOL은 별도의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에도 넷피아닷컴.웹이지.인터피아월드.한닉.레디 등 10여개 업체가 데이터 베이스를 세분화하는 등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넷피아닷컴의 권영식 부장은 "계층적 방식.키워드 방식 모두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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