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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적판'에 칼뽑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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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중국 정부는 외국의 항의가 있을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불법 복제 비디오나 CD 등을 폐기해왔다. 그러나 외국 정부나 기업들은 중국이 '시늉'만 할 뿐, 애초부터 남의 나라 지적재산권 보호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다.

'해적판 천국' 중국에서 재판부가 특허 침해 배상을 요구하는 외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등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 상무부가 내년 8월까지 베이징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상표법.저작권법.특허법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한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주목된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침해행위를 근절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 달라진 중국=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스위스 농업생명공학업체인 신젠타가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낸 살충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 인근 장쑤성의 농약제조기업인 양쳉루예와 양촁영리는 난징 인민 중재 법원의 판결에 승복해 신젠타 측에 사과와 손해 배상을 하는 데 동의했다.

또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화이자는 지난 7월 취소된 중국 내 특허가 곧 부활될 것으로 보고 중국 판매망을 늘리는 등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화이자는 중국 국가지적재산권관리국(SIPO)과 관계기관 공무원 등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중국 제약업체들은 비아그라가 중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특허를 받지 못했다며 반격하고 있다.

◆ 진짜 달라질까=중국에서는 '사람 빼고 모든 것에 가짜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계.약품.자동차 등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불법 복제가 만연해 있다. 그런 중국에 지적 재산권을 요구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다 보니 외국 정부나 기업의 대응도 보다 강경해졌다.

윌리엄 래시 미국 상무부 차관보는 최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행위에 지방 관리들이 가담하고 있음이 분명하며 이는 조직범죄"라고 주장했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특허 침해에 대해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중국으로서도 이런 요구들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늘 중국 기업 편이란 지적을 받아온 중국 법원이 최근 외국 기업들이 제기한 소송을 적극 해결하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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