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학생 국가대표 합숙훈련-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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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희진양 사건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요즘 한가지만 뛰어나면 다른 것은 모두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풍조에서 정당한 사유로 빠져도 되는 학교수업을 힘들게 병행하겠다는 결정을 한 희진양이 기특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린 학생의 가상한 의욕을 더욱 격려해야 할 어른들이 올림픽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1년간 대표팀 및 상비군 선발에서 제외한다는 가혹한 벌을 내린 것은 정당하지 못한 처사다. 물론 운동선수들에겐 일사불란한 행동통일이 팀의 기량 향상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단체종목이 아닌 수영에선 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심리적 안정이 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예.체능인들은 그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 때문에 뛰어난 재능과 함께 인간적 면모를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어린 체육특기자들은 연습에만 매달려 자칫 그 나이에 습득할 지식과 바른 덕목들을 배우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

지난번 한국야구위원회와 선수협의회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사회 일반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전근대적인 체육계의 구조에 아연실색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스파르타식 훈련만 받아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는 접어 두어야 차라리 맘 편한 선수생활이 가능한 운동선수들의 생리가 그 구조를 견디게 하는 동인(動因)이 아닌가 추측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람' 은 없고 '운동' 만 존재하는 체육계를 다시 보게 된다.

수영연맹을 포함한 모든 어른들은 중학교 1학년인 어린 학생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한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책임이 있다.

지식이 거의 없는 운동선수는 이제 옛말이 되지 않았는가. 운동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소질과 의욕이 있는 사람들이 운동에 엄두를 내지못할 것이고, 이는 스포츠의 저변확대를 가로막게 될 것이다.

학업과 운동에 모두 충실하고 싶은, 그래서 많은 청소년의 귀감이 될 희진양을 격려하는 체육계의 성숙한 결단이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윤지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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