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피지 쿠데타…무장 7명 감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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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에서 발생한 '이상한 쿠데타' 가 여러 얘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피지가 인구 80만명의 관광국가에 불과하지만 단 7명이 쿠데타를 감행했다는 점이다.

7명의 '특공대' 가 권총 등 개인화기만 들고 의사당 건물을 장악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몇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쿠데타 세력은 또 마헨드라 쇼드리히 총리 등 수십명을 인질로 억류한 뒤 이 중 일부로부터 자신들을 지지한다는 각서를 받아낸 뒤 순순히 풀어줬다.

더욱 의아한 건 정부측 병력이 의사당을 포위하고 있는 가운데 쿠데타 지도자인 조지 스파이트가 유유히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질극 발생 4일째인 22일 새벽 스파이트는 의사당 밖으로 나와 의사당을 포위하고 있던 경찰관들과 커피를 마셨으며 무장한 부하 한명만 데리고 경찰 차량으로 시내를 순시한 걸로 알려진다. 그는 또 자신이 임명한 각료들을 의사당으로 초청까지 했다.

게다가 쿠데타 발발 직후 비상사태沮?선포했던 상징적 국가 수반인 라투 카미세세 마라 대통령은 이날 "현 총리가 풀려나도 새 총리를 뽑겠다" 고 밝혀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피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족장협의회는 이번 쿠데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23일 회의를 연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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