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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폭행 남편살해 30대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던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 대해 검찰이 가정 폭력에 대한 방어라는 점을 상당 부분 인정,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5부(부장검사 金鎭泰)는 19일 상해치사 혐의로 申모(34.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申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10시40분쯤 별거 중인 남편 李모(37)씨가 서울 성동구 성내동 셋방으로 찾아와 "이혼소송을 취하하라" 며 흉기로 위협, 강제로 옷을 벗긴 뒤 변태 성행위를 강요하자 침대 밑에 숨겨둔 흉기로 李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1987년 결혼,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온 申씨는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 변태 성행위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申씨가 남편과 성관계를 피하기 위해 살해까지 한 것은 전통적인 사회 통념상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지만 남편의 위협을 막기 위해 흉기를 감춰 둔 점이 인정돼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고 밝혔다.

또 "申씨가 두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피해자 가족 역시 처벌을 원?않고 있다" 며 "申씨에게 법정에서 자기 주장의 기회를 줘 법원의 판결을 받아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 구속됐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풀려난 申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괴롭히던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그대로 참고 있으면 남편 손에 죽을 것 같았다" 고 말했다.

서울 여성의 전화 이문자(李文子.57)회장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남편을 살해할 경우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이 일반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진일보한 것이다.申씨의 행동은 정당방위였으므로 불기소됐어야 한다" 고 밝혔다.

서울 여성의 전화는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종로2가 YMCA 앞에서 '매 맞는 아내 申씨의 무죄 판결' 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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