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북한… 지금 변화중] 13. 밝아진 사회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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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재건을 위한 '총진격' 속에서 북한의 사회 분위기도 다소 밝아지고 있다. 평양 방문객들은 북한이 97년 겨울의 위기를 넘긴 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한다.

외모에의 관심, 스포츠 열기, 오락에 대한 장려, 일터 분위기 쇄신 등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중잡지 '천리마' 는 지난해 8월호에 흥미로운 계몽성 기사를 내보냈다. "극장이나 영화관에 갈 때는 우선 옷차림과 몸단장을 단정히 해야 한다. 보기좋게 빗은 머리에 기름도 바르고 옷도 깨끗하고 맵시있는 것으로 갈아입고 향수도 쳐야 한다." 대중잡지에 몸단장을 강조한 글이 실린 것에서 외모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평양과 신의주.원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화장.패션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 간부나 외국경험이 있는 외교관 부인, 외국인과 접촉이 잦은 합영회사 여직원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게 한 여성 탈북자의 말이다.

한때 가요 '휘파람' 으로 서울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보천보경음악단 여가수 전혜영이나 염청.김광숙, 인민배우 오미란의 화려한 패션과 화장.헤어스타일도 한몫하고 있다. '미안(美顔)과 살갗간수' 같은 잡지기사가 피부미용에 관심있는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기도 한다.

북한당국이 젊은이들의 장발에 고심하는 흔적도 엿보인다. '천리마' 99년 9월호에 실린 평양기계대학 재학생의 인터뷰가 흥미롭다. "멋쩍은 일이지만 지난 시기 공연히 겉멋에 신경을 쓰며 머리까지 길게 깎고 다녔다. 머리가 길면 우선 답답하고 절제가 없어보이며 온몸이 축 처져 보인다. 짧게 머리를 깎으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다. "

자본주의 냄새를 풍기는 스포츠로 여겨지던 농구붐이 일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하나다. 김정일 총비서가 "청소년들의 성장발육에 아주 좋은 운동" 이라며 농구를 권장하면서 생긴 일이다. '천리마' 는 농구스타 기사를 실어 청소년의 관심에 부응하고 있다.

지난해 8, 9월호는 '우뢰' 팀 이명훈.박천종 선수를 히어로로 부각시켰다. 직장.학교 어디에서나 농구경기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양의 골프장과 볼링장을 찾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고 '공화국 프로권투 선수권대회' 라는 프로권투 경기도 생겼다. 프로권투 막간에 한복차림의 라운드걸이 등장하기도 한다.

건강태권도가 권장되고 대중율동체조(에어로빅)도 붐이다. '체육의 날' 인 매달 두번째 일요일은 기관.기업소마다 크고 작은 스포츠행사를 갖는다.

'조선여성' 98년 4호(격월간)는 평양시 선교구역 대흥동에서 "가두(동네)여성들의 대중율동체조가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면서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정연한 체조대열, 재치있게 놀리는 유연한 몸동작, 쭉쭉 내뻗치는 팔다리운동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라고 보도하며 율동체조를 장려했다.

평양 위락시설의 하나인 청춘관에는 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이 등장하고 金총비서의 관심 속에 컴퓨터 게임 오락기 보급도 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7일 평양 신세대들이 즐겨찾는 청년중앙회관에서 컴퓨터소조실.노래보급소조실.체육 및 유희오락실 등이 인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공장.기업소 등 일터 꾸미기가 강조되는 것도 요즘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3월 30일 '생산문화.생활문화를 꽃피워 일터와 마을을 더욱 알뜰하게!' 라는 제목 아래 특집을 내보냈다.

3월 11일에는 동대원피복공장의 사례를 소개했는데 '공장 안은 궁전같이, 공장 밖은 공원같이' 가 슬로건이었다.

金총비서가 지난 1월 말 공장을 휴양소 같이 꾸몄다는 양책베어링공장을 따라 배울 것을 지시한 뒤 공장마다 환경미화에 열성이다. '고난의 행군' 을 끝낸 뒤 사회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반〓유영구.최원기.정창현.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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