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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추석 장 보고 이웃도 도와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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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추석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싸게 장만했어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 기뻐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교정에선 청명한 초가을 하늘보다 맑은 시민들의 사랑이 넘쳐 흘렀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기 위한 바자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은 주부 이미현(34.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씨는 "물건을 사면 가난한 친구들이 용기를 갖도록 도와줄 수 있다"며 아들(7)에게 나눔의 의미를 설명했다.

▶ ‘사랑의 친구들’이 ‘We Start’ 운동본부와 함께 마련한 빈곤층 아동 돕기 주말 바자에서 시민들이 의류를 고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사회복지 단체인 '사랑의 친구들'이 주최하고 'We Start'운동본부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나라사랑 어머니회가 후원한 '2004 빈곤 아동 돕기 사랑나누기 바자 한마당'이 18~19일 이틀간 열렸다.

100여개 업체가 식품.의류.생활용품 등을 기증하고 자원봉사자 500여명이 판매 도우미로 나선 주말 바자에는 시민 7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2억여원에 이르는 바자 수익금은 'We Start'운동본부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책 나누기' 사업과 공부방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바자에서는 과일 등 다양한 지역 특산품 코너가 마련돼 추석 장을 보려는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유명 디자이너 의류와 각종 공산품도 시중가보다 70~80%가량 싸게 팔렸다.

유명 인사들의 소장품을 경매하는 행사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도자기가 82만원에, 부인 이희호 여사의 핸드백이 70만원에 팔렸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증한 목판화 두 점은 10만원씩에, 탤런트 김혜수씨가 입던 파티복은 13만원에 낙찰됐다.

판매 도우미로 땀을 흘린 이희호 여사는 "불우한 환경에 있더라도 아이들이 처지를 비관하지 말고 앞날의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 부인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천정배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부인 모임인 '열린가족' 회원 70여명은 5만원씩 걷어 준비한 재료로 떡볶이.팥죽 등을 만들어 판 수익금을 기탁했다. 민주당 이낙연.이정일 의원의 부인도 굴비와 고구마 등 지역구 특산품 코너를 열었다.

해외동포 여성들의 모임인 '나라사랑 어머니회'의 미국.일본.홍콩 지부 회원들은 '보따리'로 공수해온 의류와 장식품 등을 팔아 성금에 보탰다. 미국 중서부지역 심정열 회장은 "빈곤층 아이들의 교육과 복지를 돌보기 위한 'We Start' 운동이 계속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e Start' 운동본부 김석산 공동대표는 "바자를 통해 불우한 어린이들을 도우려는 시민들의 고마운 정성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 가난 대물림 끊기 운동을 더욱 내실있게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탁.배노필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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