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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김병현 4색구, 타자 '농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벅 쇼월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은 김병현(21)을 'BK(Byung hyun Kim)' 라고 부른다.

그러나 BK는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메이저리그의 Best K-maker(최고의 탈삼진 기계)로 변신한다.

애리조나 사막에 삼진의 회오리바람을 몰고온 김병현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얼마나 대단한 행진인가.

김은 15일 현재 1승1패3세이브, 방어율 1.62를 기록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13경기에서 상대한 68타자 가운데 무려 28명을 삼진으로 잡아내 이닝 평균 1.68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탈삼진율을 기록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무리 빌리 와그너의 1.49개를 훌쩍 뛰어넘는 대단한 수치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다이아몬드백스와 3연전을 치르는 동안 두차례 김병현의 투구를 지켜본 박찬호는 "우리팀 타자들이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다저스 타자들은 여느 언더핸드투수를 상대할 때처럼 홈플레이트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으나 갑자기 떠오르는 병현이의 구질에 방망이를 갖다 대지도 못했다" 고 말했다.

▶왜 마구(魔球)인가.

김병현은 네가지 구질을 던진다. 직구.커브.슬라이더.투심패스트볼이다. 직구는 김의 가장 큰 무기다.

언더핸드로는 믿기 힘든 최고구속 1백50㎞의 '초고속' 이다.

특히 오른손타자의 경우 이 빠른 공이 3루쪽으로 내딛는 스트라이드와 함께 등 뒤에서 날아오듯 하면 "앗!" 하는 순간, 포수의 미트에 꽂혀 버린다.

김은 특이하게 엄지와 중지만으로 스냅을 줘 떠오르는 커브를 던진다.

(사진① 참조) 지난해 메이저리그 첫 등판에서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할 때 그 구질이다.

슬라이더는 이른바 '방울뱀 슬라이더' 로 불리는 각도가 큰 변화구다. 놀라운 손목힘과 유연성이 이 슬라이더의 각을 더욱 크게 만든다.

위에서 아래로 변하는 구질에 익숙했던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방울뱀 허리 휘어지듯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는 더욱 못보던 구질이어서 당황하기 일쑤다.

투심패스트볼은 왼손타자를 상대할 때 주로 던진다. 왼손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구질이다.

김이 아직 언더핸드의 주무기 싱커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 대체구질로 사용하고 있는 무기.

▶공략법은 없을까

국내에서 김을 자주 상대했던 주성노 인하대 감독은 "김병현이 등판할 때면 타석에 바짝 붙어 변화구를 노리도록 주문했다. 바짝 붙어야 몸쪽 직구를 최대한 무력화시킬 수 있고 직구보다는 슬라이더를 주로 공략해야 쳐낼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은 지난해 체중을 6㎏이나 늘려(현재 81㎏) 하체힘을 강화한 데다 쇼월터 감독이 주로 오른손타자들이 연속 나올 때 김을 투입하고 있어 껄끄러운 왼손타자에 대한 부담을 덜고 끝없는 탈삼진 행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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