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어야할 고속철 관련 의혹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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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 사업비 18조원이 넘는 '덩치' 만큼이나 얽히고 설킨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 매듭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금품 로비가 있었는지▶로비 대상은 누구였는지▶로비가 차량 선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물음표만 늘어가는 상황이다.

◇ 최만석씨 로비의 실체〓검찰은 잠적한 로비스트 崔씨가 프랑스 알스톰사 회장의 직접 부탁을 받고 로비에 뛰어든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崔씨가 1993년 초부터 차량 선정이 확정된 94년 6월까지 문민정부 정.관계 실세들과 자주 접촉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에게 금품이 제공됐다는 간접 진술이 나왔지만 구체적 물증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崔씨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崔씨가 접촉한 정치인들이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이 없었으며, 구속된 호기춘(扈基瑃.51)씨도 평범한 가정주부에 가까워 두 사람의 역할이 다소 과장됐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들이 사례금으로 받은 1천1백만달러의 흐름을 쫓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통해 崔씨가 실제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했는지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석연찮은 수사.도주 경위〓3년 가까이 내사한 검찰이 지난해 말 崔씨를 조사하고도 별도의 조치없이 풀어준 대목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선 崔씨와 검찰 사이에 출두 직전 모종의 묵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검찰은 "말도 안된다" 며 펄쩍 뛰고 있다.

특히 崔씨는 검찰 수사 후 몇몇 정치인들에게 구명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이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주목된다.

또 검찰이 수사를 대부분 해놓고도 발표 시기를 조절해 왔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 제3의 로비 있었나〓고속철도 사업 초기에 알스톰사 로비스트로 활약했던 강귀희(66)씨는 "알스톰사가 총 로비자금으로 4백80억원 가량을 준비했다" 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알스톰사가 직접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고공 로비' 를 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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