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로비 최만석씨 "정치인들에 돈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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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부고속철도 차량 사업자 선정과정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金大雄검사장)는 지난해 소환 조사한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스트 崔만석(59.수배중)씨로부터 "일부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다" 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관련 인사들에 대한 내사를 벌이는 한편 崔씨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키로 했다.

崔씨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정치인 중에는 문민정부 때 실세였던 C.K.P씨 등 전.현직 의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해당 정치인들은 본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崔씨의 이름도 모르는데 무슨 돈을 받았겠느냐" 고 반박했다.

검찰은 그러나 "돈을 준 사람과 목격자가 있다 해도 당사자가 극구 부인하면 공소 유지가 어렵다" 면서 "崔씨가 검거되기 전까지는 주요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능하다" 고 말해 수사가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특히 崔씨가 1995년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자기 몫으로 받은 7백14만달러 가운데 일부를 국내 은행계좌로 유입한 뒤 실제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건네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崔씨와 가족들에 대한 계좌추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崔씨가 93년 4월 알스톰사 회장과 만나 계약금의 1%를 사례비로 받기로 약정을 맺었지만 로비자금 명목으로 선수금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면서 "다만 崔씨가 개인 돈을 로비자금으로 먼저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 설명했다.

이밖에 검찰은 "崔씨가 이미 국내를 떠나 중국 등 해외로 도피했다는 첩보가 접수돼 확인했으나 출국 기록이 없었다" 며 "崔씨가 아직 국내에 체류하고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박재현.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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