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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홍박배 대사와 류우익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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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모르몬 교도인 그는 대만에서 2년간 선교사로 일하면서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유일한 미국 주지사(유타)’라며 중국 언론들은 그에게 친근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헌츠먼은 중국과 오랜 인연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일할 때 레이건의 중국 방문을 수행했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때는 동아시아 담당 상무부 차관보로 일한 경력도 있다. 2012년 공화당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그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중 대사로 파격 발탁했다.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당파를 초월해 헌츠먼 카드를 뽑은 것이다.

8월 21일 부임한 헌츠먼은 중국과의 활발한 외교활동을 전개해 오바마의 기대에 십분 부응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미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는 역할이다. 1999년 12월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의 사회복지원에서 생후 7개월 된 중국인 여아 양러이(楊樂意)를 입양했던 헌츠먼 부부는 딸의 손을 잡고 3일 양저우를 다시 찾았다. 중국 언론들은 이 소식을 호평했다. 헌츠먼이 주중 대사 자리를 노리고 10년 전 중국 고아를 입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년 전의 선행이 지금 미국의 대중 외교에 적잖은 보탬을 주고 있다.

류우익 대사 내정자가 당초 예상보다 이른 28일께 부임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을 역임한 중량급 인사를 대사로 보내자 중국도 아그레망을 조기에 내줬다. 류 대사가 제8대 주중 대사로서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이 대통령은 16일 한국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류 대사가 ‘영예수행’ 하도록 특별 배려했다.

부임이 앞당겨지면서 류 대사가 중국어를 공부할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영어·독어·불어를 구사한다니 소통을 못할 것도 없지만 이제 중국어에도 신경 써주기 바란다. 그는 지리학자지만 외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정학을 전공했으니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뛰는 일만 남았다. 류 대사의 가장 큰 임무는 현 정부 들어 소원해진 것으로 비쳐진 한·중 신뢰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공자의 나라에 오는 류 대사에게 논어의 한 구절을 전한다. ‘임무는 막중하고 갈 길은 멀다’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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