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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청렴도, 중앙부처 중 1위 ‘백용호 5개월’ 국세청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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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국세청에 감사한다.” 지난달 초 박덕흠 전문건설협회장이 한 말이다. 올해 세무조사를 받고 꽤 많은 세금을 추가로 냈는데도 이렇게 말했다. 박 회장 옆에 있던 기업인들이 어리둥절해했다. “이번에 조사를 받아보니 예전에 비해 국세청 조사 직원의 성실도가 좋아져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달 초 백용호(사진) 국세청장이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났을 때의 일화다. 조금씩이지만 국세청의 변화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셈이다. 외부 인사가 청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변화다. 징세 당국의 작은 변화도 기업인에겐 큰 변화로 다가온 것이다.

다음 주로 백 청장은 취임 5개월을 맞는다. 그동안 새로 도입된 제도들이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엔 새로 영입된 납세자 보호관이 세무조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조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국세청이 스스로 조사를 중단시킨 것은 국세청 발족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백 청장도 명령이 내려진 후에야 보고를 받았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이뤄진 결정이었다는 뜻이다. 제도 도입의 취지 그대로였다.

국세청은 또 15개 중견 기업과 ‘신사협정’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세금 문제에 부닥쳤을 때, 이를 국세청에 공개하면 처벌 대신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시범 실시 중인 제도인데도 대상 기업 선정에 40개 사의 신청이 몰렸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애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대상 기업의 확대를 요청했다.

잘못된 구습도 바뀌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10월 승진 인사에서 외부 인사를 통해 인사 청탁을 한 7명을 승진 대상에서 탈락시켰다. 지난달 있었던 사무관 특별 승진에서도 청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백 청장은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원칙을 지키며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9일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국세청은 내부 청렴도에서 39개 중앙부처 중 1위, 종합 평가에선 중앙부처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를 대대적으로 알릴 수도 없는 게 요즘의 국세청 입장이다. 여론의 눈총이 여전히 따갑다는 것, 스스로도 잘 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 생긴 일로 인해 국세청이 논란의 중심이 되다 보니 그동안 변하려고 노력한 것이 평가받지 못해 아쉽다”며 “이번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직원 모두가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금도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설문 조사를 통해 ‘국세행정 신뢰도 평가’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에 분 새 바람이 과거에 쌓인 먼지를 얼마나 털어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결과는 다음 달께 발표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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