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소기업 살려 일자리” 실업대책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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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살리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실업대책의 윤곽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65%는 중소기업이 만든다”며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대책의 초점을 중소기업 살리기에 두겠다는 뜻이다. 오바마는 이와 함께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에너지 절약형 주택 보급도 실업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서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0억 달러의 일부도 실업대책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본지 12월 7일자 e1면>

◆실업대책 내용은=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내년 1년간 중소기업 주식투자에서 생긴 자본이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중자금이 중소기업으로 흐르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릴 때 주는 세금 혜택도 확대한다.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선 수수료를 물리지 않고 정부 보증도 늘린다. 두 번째로는 도로·교량이나 정보통신망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500억 달러 늘리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공공 일자리를 확충하자는 것이다. 대신 세금 낭비에 대한 감시는 강화한다. 셋째는 에너지 낭비가 심한 노후 주택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고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이다.

세 가지 모두 올 2월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조금씩 겹친다. 오바마는 이번 대책에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는 “750억~1500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어떤 대책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예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TARP 자금 2000억 달러 일부를 전용하자는 제안도 이 때문이다.

◆의미와 과제는=경기 회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실업 사태 완화가 절실하다. TARP로 금융시장 붕괴라는 급한 불은 끈 만큼 이젠 실업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론 내년 중간선거를 겨냥하고 있다. 내년 선거의 최대 이슈는 경제가 될 공산이 크다. 표심을 붙들자면 중소기업과 서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1조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재정적자의 책임도 조지 W 부시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무리한 감세와 전쟁이 재정적자의 원인이었다는 얘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은 실업사태 해결사로 부각했다. 14일엔 은행장들을 만나 중소기업 대출을 직접 독려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이번 실업대책에 대해 “사실상 2차 경기부양책”이라며 “재정적자만 늘릴 것”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TARP 자금도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월가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실업대책이 1차 경기부양책과 많이 겹쳐 참신한 맛이 없다는 반응이다. 오바마의 의도대로 내년 초 실업대책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자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얘기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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