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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 아태담당 고위관리 대만 스파이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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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과 대만 정가가 '카이저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도널드 카이저(61.사진)미 국무부 전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가 대만에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가 하루 만인 16일 보석금 50만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그러나 다음달 중순 열릴 예심까지 출국이 정지되는 것은 물론 특수 감시장치인 전자발찌를 차는 등 활동이 제한된다.

근무 경력만 30년 넘는 베테랑 외교관 카이저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지닌 중국 문제 전문가다. 지난 7월 부차관보에서 물러난 뒤 국무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일해왔다. 최근 국무부 인사에서 사실상 대만 주재 미국대표부 격인 대만미국협회(AIT) 회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부적절한 행동'은 크게 두가지. 우선 7월과 9월 두차례 대만 정보요원에게 미 정부 서류를 넘겨줬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카이저는 지난 7월 워싱턴 근교 식당에서 대만 정보요원 2명을 만나 '미 정부의 직인이 찍힌 것으로 보이는' 봉투 2개를 전달했다. 또 이달 초에는 이들에게 '토의 의제'라는 표제가 붙은 서류를 넘겨주는 장면이 FBI 요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8월에는 국무부에는 알리지 않은 채 대만을 방문, 대만 국가안전국 정보요원과 만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카이저는 "문제의 서류는 대만 요원들과 만나기 전 준비하곤 했던 '대화 요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만 방문은 미 중앙정보국(CIA)전 요원인 아내에게도 알리지 않은 개인적 목적이었기 때문에 국무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정보를 넘겨준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와 자세한 동기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5년형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대만 언론들은 "미국 정부의 친(親)대만 인사인 카이저가 체포된 것은 대만의 손실"이라고 보도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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