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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홍콩 힘겨루기 2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홍콩에서 '한나라 두체제 (一國兩制)' 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비의 발단은 엉뚱하게도 '문화재 경매' 에서 비롯됐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지난 주 중국의 국보급 유물 4점을 놓고 경매에 나섰다. 원숭이.소.호랑이의 청동두상과 육각화병이었다.

문제는 청동두상이다. 이 보물들은 1860년 영.불 연합군이 베이징(北京)을 공격했을 때 베이징 근교 위안밍위안(圓明園)에서 약탈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약탈품을 버젓이 경매에 부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며 경매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매사측은 "개최지(홍콩)정부가 허가한 사항" 이라는 이유로 이 요구를 묵살했다.

중국측은 내심 안도했다. 홍콩정부만 움직이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홍콩 정부측은 "홍콩은 '한나라 두체제' 의 땅" 이라며 중국측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 바오리(保利)집단을 경매에 참가시켜 3천1백40만 홍콩달러(약 44억원)의 낙찰가로 보물 4점을 회수했다.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는 낙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바오리 집단측은 지난 6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현재 7일간에 걸친 노동절 휴가 중이기 때문에 낙찰대금을 마련할 수 없다" 고 말하고 "홍콩 정부가 지불을 보증해주기 바란다" 고 발표했다.

그러자 홍콩이 시끄러워졌다. 시민단체들은 "홍콩 정부의 '협조 거부' 에 대한 보복행위" 라고 비난했다.

민주계 정당인 전선(前線)도 "왜 우리가 낸 세금이 중국기업을 위한 지급보증용으로 사용돼야 하는가" 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친중국계 인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친중국계 입장을 대변하는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이 사안은 중국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두체제' 가 아닌, '한나라' 의 입장에서 접근했어야 옳았다" 며 홍콩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콩중문대학의 류샤오치(劉小啓)교수는 "사안에 따라 '한나라' 와 '두체제' 간 비중을 적절히 배분하는 지혜를 배울 것을, 이번 사안은 홍콩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고 논평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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