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눈덩이 … 그리스 경제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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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리스 경제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국가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재정에 압박을 주고 있다.

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를 ‘부정적 관찰대상(negative watch)’에 편입했다. 이는 현재 ‘A-’ 등급인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1개월 안에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리스 국채금리는 7개월 만에 최고치(국채가격 하락)를 나타냈다. S&P는 “그리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계획으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그리스의 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7%로 예상되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권고치(GDP의 3% 이내)보다 4배나 많은 수치다. 특히 국가부채는 이미 GDP 규모를 넘어섰다. 올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2.6%로 추정됐으며, 2011년에는 135.4%까지 늘면서 EU 국가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EU의 권고치를 지키지 않고 공공부문 지출을 계속 늘려왔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개혁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공무원은 되레 5만 명 늘었다. 국가연금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임금 상승률은 EU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부담하는 인건비는 2001년 대비 40%나 치솟았다. 결국 기업들이 그리스를 떠나면서 일자리가 줄어 실업률이 올해 9%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경찰관의 총격으로 숨진 15세 소년의 사망 1주년을 맞아 벌어지는 시위가 연일 격렬하게 이어지는 등 정치상황도 어수선하다.

물론 그리스 정부도 믿는 구석이 있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다른 유럽국가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EU 회원국들이 그리스가 국가부도까지 가게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그리스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재정적자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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